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CGV에서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내 이름은' 상영 후 열린 무대 인사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CGV에서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내 이름은'을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영화 관람에 앞서 진행한 인사말에서 "제주 4·3은 정말 참혹한 사건"이라며 "제가 며칠 전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유사한 참혹한 일을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대량 학살이나 잔혹한 행위의 배경에는 정치 권력이 있다. 권력의 이름으로 비호하거나 조장할 때 이런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해질 수 있나,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까 등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폭력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 소멸시효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 대통령이 대표적인 국가폭력범죄로 꼽히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를 공개 관람하며 당의 입법 움직임에 힘을 보탠 셈이다. 이 대통령은 "사람들이 손잡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이 영화가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영화 관람은 단순한 여가 생활이나 취미 활동이 아니라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는 통로로 활용된다. 이 대통령은 작년 8월에도 홍범도 장군 일대기를 다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을 관람한 바 있다. 육사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벌어졌을 때 이 대통령은 이전을 반대하며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이 된 직후에 관련 영화를 관람하며 재차 힘을 실어준 셈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5년 5월 21일 오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치며 박수를 치고 있다./뉴스1 왼쪽부터 이영돈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역사강사. 2025.5.21/뉴스1

역대 대통령들도 영화 관람을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는 수단으로 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작년 5월 계엄과 탄핵 이후 첫 공개 행보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던 윤 전 대통령 지지세력이 결집하는 효과가 있었다. 영화를 만든 이영돈 PD는 윤 전 대통령이 '컴퓨터 등 전자 기기 없이, 대만이나 독일이 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 6월 항쟁을 다룬 '1987′ 같은 영화들을 공개 관람했다. 주로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영화들을 골랐다.

반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같은 애국심과 안보 의식을 다루는 영화를 주로 골랐다. 두 대통령이 선택하는 영화의 성격이 전혀 달랐던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왕의 남자'를 일반 극장에서 '조조'로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왕의 남자'를 본 2006년만 해도 대통령이 일반 극장을 찾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권위주의 타파를 외쳤던 노 전 대통령의 평소 소신이 영화 관람을 통해 드러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