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에서 중소·중견기업의 경영권 방어 목적 자사주는 예외로 하는 수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의 우려를 받아들인 셈이다.
13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민주당은 3차 상법 개정안에서 중소·중견기업의 경영권 방어 목적 자사주와 특정목적 자사주는 예외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영권 방어 목적 자사주는 예외로 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막 크고 있고 성장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자사주 문제를 약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당의 의견"이라며 "자사주 소각이라는 큰 방향은 변하지 않지만 상황과 기업 규모에 따라서 적절하게 보완을 해가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오전 공청회를 열고 3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3차 상법 개정안은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오기형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4일 대표 발의한 것으로 자사주를 '자산'이 아닌 '자본'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신규 취득 자사주는 1년 이내 소각을 의무화하고, 기존 보유 자사주도 6개월의 유예 기간 이후 소각하도록 했다.
재계에선 자사주를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써왔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경영권 방어 수단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영권 위협에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의 우려가 컸다.
오기형 의원과 민주당 K-자본시장 특위는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로 인해 경영권 방어에 공백이 있다는 논의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중소·중견 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현행 회사법 체계상 자사주는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현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면서 "국가 핵심 산업 관련 우량 기업을 외국계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체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역시 법무부와 마찬가지 입장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정부 입장을 받아들여 기업 규모와 경영권 방어 등 특정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사위에서도 당·정·청의 입장을 수용해 3차 상법 개정안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열리는 국회 공청회에서도 3차 상법 개정안에 폭넓은 예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청회에는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 등이 진술인으로 참여한다.
권 교수는 "소각 의무가 회사의 재무상태, 산업 특성,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기계적으로 적용되면 과잉입법의 위험을 내포하게 된다"며 "자기주식은 그동안 경영권 방어를 위한 핵심적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는데, 강제소각 시 해당 수단이 사라져 적대적 M&A 등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가 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신장섭 교수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글로벌스탠다드 도입이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3차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역사에 '기업사냥꾼 육성법'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이 추천한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와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