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법 개정안 최대 관심사로 꼽히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안건에 올랐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상장사 주식 투자자의 배당소득은 근로·이자소득과 분리해 낮은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주식 투자자의 세 부담을 낮추고, 기업의 배당을 촉진해 국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차원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은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도입 방침을 발표한 이후 여러 차례 논란에 휘말렸다. 여당 내에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일었고, 정부가 발표한 방안이 주식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몇몇 여당 의원들이 최고세율을 35%에서 낮추라는 일종의 '페북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25%가 '다수 의견'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조세소위 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다수 의견은 최고세율 25%에 동의하는 의견"이라며 "(의원) 두 명 정도가 자산 불평등이 심한데 이걸 낮춰도 되느냐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정부안은 최고세율이 35%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지 않은 지금은 배당·이자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 14%, 2000만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45%가 적용된다. 배당·이자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고율 과세 대상 투자자는 28만여명에 달한다. 정부안은 최고세율을 35%로 낮춰서 세부담을 완화하고, 배당 확대를 유도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소영 의원 등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을 주장해 온 여당 의원들은 최고세율 35%로는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이 의원은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법 개정안을 냈다.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낸 셈인데, 결국 물밑 논의 끝에 최고세율 25%가 정부·여당의 사실상 공식 입장으로 정리됐다.
이 의원은 이날 조세소위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정부안인 35%보다 낮추는 방향에 대해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10개가 넘는 의원안이 최고세율이 다 다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심도 있게 정리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조세소위에 올라온 배당소득 분리과세 입법안은 12개에 달한다. 정부안을 제외하고도 11개의 의원안이 올라와 있다. 모두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내용이지만, 디테일은 천차만별이다.
적용세율도 저마다 차이가 크다. 정부안은 배당·이자소득 연 2000만원 이하에 14%, 3억원 이하에 20%, 3억원 초과에 35%를 적용한다. 반면 이소영 의원안은 같은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이 각 14%, 20%, 25%다. 같은 여당인 안도걸 의원안은 같은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이 각 9%, 20%, 30%이고, 김현정 의원안은 9%, 20%, 25%다.
야당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안은 분리과세자는 9%, 종합과세자는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유상범 의원안은 2000만원 이하에 9%, 5000만원 이하에 14%, 5000만원 초과 20%다.
박 의원은 "대부분의 의원이 (최고세율) 25%를 이야기했고 펀드나 ETF를 포함할 것인지가 쟁점이었다"며 "적용 세율을 놓고 의원들 간에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합의할 수 있는 룸(공간)은 발견했다"고 했다.
◇시행 시기 1년 앞당긴다…노력상도 만들까
이날 열린 조세소위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기는데 정부가 합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소영 의원은 "정부안은 2027년 결산 배당부터 시행하게끔 돼 있는데, 너무 늦어진다는 지적도 있었고 (기저 효과를 위해) 2026년 4월 결산 배당금은 줄어들 수 있다는 여지도 있었다"며 "이런 지적이 합리적이라는데 정부도 동의해서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기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정부안은 2026 사업연도부터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적용되게끔 돼 있었다. 이 경우 2027년 3월에 결정되는 결산배당부터 분리과세가 된다. 여당 의원들은 시행 시기가 1년이나 늦어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2025 사업연도에 대한 결산 배당부터 분리과세가 적용될 수 있다.
언제까지 분리과세할 지도 쟁점 중 하나다. 정부안과 박수영 의원안, 유상범 의원안, 안도걸 의원안, 차규근 의원안은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2028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반면 이소영 의원을 비롯해 나머지 의원들의 개정안은 소득세법 자체를 개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별도의 일몰 기한을 두지 않고 분리과세를 계속 시행하게 된다.
이날 조세소위에서는 '우수상'과 '노력상'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 표현은 분리과세 적용을 받는 대상 기업 요건을 논의하는 와중에 나왔다. 예컨대 이소영 의원안은 배당성향 35% 이상 상장 법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 의원은 이를 일컫어 배당에 적극적인 기업들에게 '우수상'을 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안은 직전 사업연도 대비 배당소득이 감소하지 않은 상장법인 중에서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기업과 배당성향이 25% 이상인 기업으로 대상 기업 요건을 분리했다. 여기에 직전 3년 평균 대비 5% 이상 배당이 늘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정부안을 기준으로 하면 배당성향이 40% 이상인 기업은 '우수상', 배당성향이 25% 이상인 기업은 '노력상'인 셈이다.
'노력상'을 따로 만든 건 모든 기업이 처음부터 '우수상'을 받기는 어렵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상장법인 2732개사 가운데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기업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를 통틀어 308개사에 불과하다. 전체의 11.3%다. 배당성향 25% 미만 기업이 82.8%로 대다수다. 정부안은 배당성향을 처음부터 35~40%로 높이기 힘든 기업도 어느 정도의 노력만 해도 일단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 점진적으로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안 중에도 '우수상'과 '노력상'을 나눈 경우는 적지 않다. 이 의원도 "지금 당장 배당성향을 35%까지 올리기 힘든 기업들도 많으니 이들이 세제 혜택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건 의미 있는 부분"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이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들은 조문을 다듬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세수 수천억원 감소 불가피…조세 형평성 저하는 감수해야
정부와 국회 모두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는 입장을 같이 한다. 다만 제도 도입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파도 감안해야 한다.
기재부와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안을 기준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시 매년 수천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재부는 2027~2029년에 총 7344억원의 세수 감소를 예상했고, 국회예산정책처는 같은 기간 9136억원의 세수 감소를 전망했다. 정부안보다 더 확대된 방안이 시행될 것이 유력한 만큼 세수 감소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조세 형평성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감수해야 한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 "배당소득의 90% 이상이 상위 10%에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소득세보다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를 하겠다는 것은 부자에 대한 '퍼주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진 의원의 지적대로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종합소득에 합산돼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받았을 고소득자의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노동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격차가 크면, 비슷한 수준의 소득임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과세되기 때문에 수평적 형평성이 크게 훼손되고, 자본소득이 상위 계층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수직적 형평성도 저해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로 배당소득은 자산가와 고소득자에 집중돼 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배당소득 상위 10%가 전체 배당소득의 91.23%를 점유하고 있다. 순자산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84에서 지난해 0.612로 매년 악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도의 디테일을 두고 여러 이견이 있다. 적자기업의 배당에 대해서도 분리과세를 적용할 지 여부, 상장법인 투자 펀드를 포함할 지 여부, 배당성향 기준을 별도재무제표로 볼 지 연결재무제표로 볼 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