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이 서울 전체와 경기 12개 시구를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위법하다'며 취소소송과 효력정지신청을 제기했다. 정부가 최신 통계인 9월 통계를 의도적으로 빼고 6~8월 통계를 근거로 대책을 발표하면서 8개 지역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 개혁신당 주장이다. 국민의힘도 10·15 대책 통계 조작을 주장하며 개혁신당과 별개로 행정소송을 예고하면서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10·15 대책 통계 조작 의혹을 처음 제기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갖고 "효력정지 신청에서 승소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12월 15일 전에는 효력정지 신청 결과가 나올텐데, 이것만 이겨도 (정부가) 10·15 대책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은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투기과열지구는 1.5배)를 초과할 경우' 지정할 수 있다. 10·15 대책 기준으로 '직전 3개월'은 7~9월이다. 천 원내대표는 이 통계를 적용하면 서울 중랑·강북·도봉·금천구와 경기 의왕, 성남 중원구, 수원 장안·팔달구 등 8곳이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7~9월이 아닌 6~8월 통계를 쓰면서 이들 8곳이 모두 규제지역에 포함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부는 대책을 마련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린 10월 13일에 9월 통계가 공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쓸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국부동산원은 10월 15일 오후 2시에 9월 통계를 공표했다.
이에 대해 천 원내대표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 대통령실이 10월 14일에 9월 통계를 이미 확인했다"며 "9월 통계를 받아본 이상 그걸 반영하지 않고 넘어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주택법 시행령은 '규제지역 지정 충족 기준 여부를 판단할 때 해당 기간 통계가 아직 없는 경우, 그 기간과 가장 가까운 월 또는 연도에 대한 통계를 해당 기간 통계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 원내대표는 "시행령은 처분시점에 최근 통계가 없는 경우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행정부가 있는 통계를 없는 것처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월 통계가 나왔을 때 정상적인 프로세스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 업데이트된 통계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절차를 멈추지도 않고, 업데이트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대책을 발표한 건) 서울 전역을 규제하겠다는 답을 정해놓고 의도적으로 통계를 배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 원내대표는 정부가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겠다는 답을 정해놓고 통계를 끼워 맞추면서 수백만명의 국민이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개혁신당이 제기한 행정소송에는 8개 규제지역에 거주하는 국민 34명이 참여했다. 천 원내대표는 "원고로 참여한 국민 중에 한 분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고 살고 있던 집을 팔기 위해 계약서까지 썼는데 대책이 발표되면서 매수자가 포기했고 결국 이사 계획이 무너졌다"며 "투기와는 상관없이 가족 계획에 따라 이사를 가려던 건데 정부 대책에 가로막히면서 화가 나서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고 전했다.
천 원내대표는 효력정지 신청 결과가 한 달 안에는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효력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문제가 된 8개 지역에 대한 규제가 모두 해제된다. 천 원내대표는 이후 추가 소송도 예고했다. 그는 "8개 지역을 제외한 10·15 대책의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나머지 지역은 9월 통계를 넣어도 규제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9월 통계를 넣지 않은 것 자체가 이미 행정절차를 위반한 것인 만큼 이 부분도 법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9월 통계를 정부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법원에서 받아 들여지면 승소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부동산원이 10월 10일에 9월 통계 작성을 완료하고 13일과 14일에 국토부와 대통령실에 통계를 전달했다고 밝힌 만큼, 정부가 의도적으로 9월 통계를 배제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정치적인 영향이 없다면 승소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12월 중순에 효력정지 신청이 받아 들여지게 되면 10·15 대책은 시행 두 달 만에 사실상 형해화된다. 시장의 혼란을 우려해 행정법원이 대책을 유지할 가능성은 없을까. 천 원내대표는 "실수로 법을 위반한 경우, 바로잡았을 때의 혼란이 크면 법원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처럼 의도를 가지고 법을 위반한 경우, 바로잡았을 때의 혼란이 크다고 넘어가면 법치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혼란을 이유로 넘어가면 정부가 언제든 통계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법원에서 의도성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 원내대표는 효력정지 신청이 받아 들여지면 김윤덕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나아가서 이재명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효력정지가 받아 들여지면 김윤덕 장관은 해임은 물론이고, 직권남용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실도 10월 14일에 통계를 받은 만큼 김용범 실장까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정부가 직권해제만 하면 바로잡을 수 있는데 본인들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소송하라고 큰 소리를 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수백만명의 재산권을 막아놓고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것보다 본인들의 자존심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천 원내대표는 문제가 된 8개 지역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비판했다. 지역구민의 이익을 보호하기 보다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 정부 부동산 대책에 딴지를 걸면 개딸의 눈밖에 나고 다음 공천 경쟁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가만히 있다"며 "지역구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나서지 않는 의원들은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