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를 찾아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당 지도부 등과 사전 환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희망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일치단결은 못할지라도 한 방향을 향해서 같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내란특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하며 사전 환담과 시정연설에 불참한 가운데, 협치를 강조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날 환담은 오전 9시 40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진행됐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이규연 홍보수석 등 주요 참모진이 배석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 5부 요인도 참석했다. 여당에서는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정부 측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자리했다. 야당에서는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환담장에 들어서며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애쓰셨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오랜만에 뵙습니다"라며 웃었다. 취재진이 우원식 의장과의 악수 포즈를 부탁하자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농담을 던져 환담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먼저 환영 인사를 한 우 의장은 국민의힘의 시정연설 및 사전환담 보이콧에 대해 "한켠에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정부,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한 국회 일정을 함께 소화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언급하며 "K-팝, K-푸드, K-뷰티까지 포함해서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힘과 외교역량이 세계 속에서 잘 드러난 것 같다"면서 "국민이 보기에도 굉장히 자부심이 생길 만한 좋은 행사가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주요국들과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경제적이고 외교적인 불안정성을 많이 해소하고, 성과를 만들어 국민이 볼 때 '앞으로 우리 사회가 상당히 가능성을 갖고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확실하게 만들어졌구나'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이어 "이번 APEC의 성과를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잘 투영될 수 있도록 국회, 정부가 협력해서 실질적인 성과를 잘 만들어 나가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2025년 시정연설 할 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오지 않아 참 서운했다"면서 "대통령이 이렇게 와서 시정연설을 하니 국민이 볼 때 든든한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기에는 긴축재정이었던 것이 이재는 확장재정으로 정부의 재정 정책 기조가 바뀌는 시기"라며 "국회와 정부가 잘 협력하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같이 협력하는 게 매우 소중한 때"라며 국회 차원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APEC을 잘 치러냈는데 대법원장님을 포함해 헌법재판소, 선관위, 감사원, 국가기관 기관장들이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지원해 주셔서 좋은 성과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어 "APEC을 치르면서 각 국가들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로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각국 정상들을 통해 저도 '여전히 많이 부족하구나' 이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국민이 대한민국의 위기적 측면에서 걱정이 많은데 이번에 소위 '외교 슈퍼위크'를 지나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의 잠재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하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위기는 기회"라며 "결국 우리 하기 나름인데 우리가 얼마나 단결하고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서로 연대하면서 힘을 모아 모아 나갈 것이냐에 이 나라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또 국민의 나은 삶을 위해서 힘을 좀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 지나고 보면 차이라고 하는 건 크지가 않다"면서 "희망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일치단결은 못할지라도 한 방향을 향해서 같이 가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행정부야 정해진 대로 노력하는 것인데 국회는 국민의 의지를 다양하게 반영하고, 입장도 워낙 다양한 측면들이 있기 때문에 그걸 잘 대화하고 소통하고 조정하는 게 국회의 역할인 것 같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약 10분 간의 환담을 마친 뒤,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