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향해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최근 몇 년간 주장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다시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목표를 미국이 포기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연설하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설문은 1만9000자 분량으로, 그중 절반 가까이가 한국과 미국 관계 내용이다.
◇"우리와 한국이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
김정은은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체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이며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은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느냐"고 했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선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고 거부했다.
김정은은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했다.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론'을 명시할 것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국을 향해 핵 위협도 했다. 김정은은 '전쟁 억제력'이라는 핵무기의 '제1사명'이 상실될 때에는 '제2사명'이 가동된다며, 이 경우 "한국과 주변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한다"고 위협했다.
◇트럼프와 친분 첫 공식 언급 "개인적으로는 좋은 추억 가지고 있다"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앞서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김정은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핵화에 대해 김정은은 "단언하건대 우리에게는 '비핵화'라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작전 중인 북한군과 사망한 군인의 유가족에게 전 사회적인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들을 돌보는 것은 전적으로 당과 국가의 책임"이라며, 기부 당사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사의를 표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