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재 유가족들이 건설의 날 기념식이 열리는 8월 27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뉴스1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산업재해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법 집행자들의 의지 부족과 규정 미비로 법이 입법 취지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을 맞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영자에게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법이다.

당초 법 시행과 함께 산업재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법 시행 3년이 지나도록 산재는 줄지 않고 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수는 2021년 2080명에서 2024년 2098명으로 오히려 소폭 늘었다. 재해자수도 같은 기간 12만2713명에서 14만2771명으로 늘었다.

입법조사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 까닭에 산재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봤다. 입법조사처가 수사 대상이 된 중대재해 사건 1252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73.2%인 917건이 아직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가 마무리된 사건 가운데 사건 처리에 6개월 이상이 걸린 사건 비율은 노동부 50%, 검찰 56.8% 였다. 다른 범죄 사건의 경우 사건 처리에 6개월 이상 걸린 비율이 10%대다.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의 무죄비율도 크게 높았다. 무죄비율은 10.7%로 일반 형사사건 무죄 비율(3.1%)의 3배가 넘었다.

솜방망이 처벌도 여전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집행유예율은 85.7%로 일반 형사사건 집행유예율(36.5%)의 2.3배에 달했다. 징역형이 내려진 47건 가운데 징역형 유죄 형량 평균 1년 1개월로 법이 정한 하한선(1년 이상) 수준에 머물렀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셈이다.

벌금도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 입법조사처 분석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벌금이 부과된 50개 법인 중 예외적으로 2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 1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49건의 평균 벌금은 7280만원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태가 된 영국의 기업살인법의 경우 유죄 사건의 평균 벌금액이 41만2509파운드(약 7억7498만원)에 달한다.

입법조사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재를 예방하는 입법 취지를 달성하려면 제대로 된 양형 기준을 마련하고, 사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검찰과 경찰, 노동부가 협업하는 '중대재해처벌법 합동수사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산업안전보건근로감독관 질적·양적 확대, 매출액 이익 연동 벌금제 등 경제적 제재, 시장 논리에 따른 인센티브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관후 입법조사처장은 "시행령 규정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지만 그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고, 시행 3년이 지나도록 양형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고용부가 수사를 맡고 기소 여부는 검찰이 판단하는 식인데 기소가 이뤄질 때까지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수사 의지가 미진한 사례도 많이 확인되고 있다. 합동수사단을 만들어서 900건이 넘는 수사 중인 사건들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