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정치권이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압도적인 가운데 비명계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여러 명의 잠재 후보가 경쟁을 벌일 국민의힘에서도 어떤 후보가 정권교체론을 막아낼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무당층이 여전히 20% 안팎을 유지하는 만큼 판세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첫 주말인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함께 열린 모습/뉴스1

◇ 주어진 시간은 60일... '대선 레이스' 일정은

정치권에서 언급되는 가장 유력한 대선일은 6월 3일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파면 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선고 10일 이내에 대선 날짜를 공고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 역시 헌재 선고 60일 뒤에 치러졌다. 이럴 경우 각 당은 선거일 23일 전인 5월 11일까지 후보를 선관위에 등록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은 5월 12일부터 시작된다.

여야는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극심한 혼란 속에서 조기 대선 승리를 위한 차별화 전략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민의힘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당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등이 나올 것으로 거론된다. 경선 참여 인원만 10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은 1차 예비 경선(컷오프)를 거쳐, 당원 투표 50%·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본 경선을 치러야 한다. 국민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기조 속에 당력을 조기 대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공직선거법 2심에서 무죄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 족쇄에서 다소 자유로워졌다. 따라서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행보에 몰두하며 말 그대로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비명계를 중심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 경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라 변수는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당내 주자들간 정치 셈법이 복잡해 내부 온도차는 크다.

이 대표가 강성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는 비명계 주자들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한번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친문계 핵심인사로 꼽히는 전해철 전 의원은 최근 "경선 흥행과 본선 경쟁력, 외연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친명계는 이 대표 일극체제가 공고하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조기 대선 기간이 짧은데다 룰 협상 과정에서 겪게 될 '불필요한 진통'이 내심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의도나 취지는 좋을 수 있는데 '과연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냐'는 다른 문제"라며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까지 다 섞여 완전한 국민 경선을 치른다는 것은 현 제도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4월 29일 영수회담을 갖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 '李 vs. 尹' 재현?... "與 후보 따라 정치 지형 변화"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지속될지 여부가 여권의 분화 내지 합종연횡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국민들이 대통령 실패의 책임을 집권 여당에 묻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다소 불리한 출발선에 섰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7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되기 어려웠던 것과 흡사한 상황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파면 이후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빠르게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친윤은 철저히 윤 전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전제하에 탄생했다는데 차이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권력이라는 건 끈 떨어지면 끝이다. 윤 전 대통령이 상왕 정치를 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럴 수가 없다"면서 "DJ나 YS 등 민주화 시절의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등은 지지 세력과 정치판에서 동고동락한 연대감이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은 결이 다르다"라고 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파괴력은 줄어들 것"이라며 "내란죄 (형사)재판을 받고 있어 (영향력을 발휘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일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헌재 결과를) 승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김문수 현상'은 조금 꺾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위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또 다시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한 결별'을 택하지 않고 친윤계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을 최종 후보로 민다면, 지난 대선 구도가 또 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윤 전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에서 '사저 정치'를 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현행 경선 룰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친윤 대선 주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대선 승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국민의힘이 소위 분화의 길을 택해서 그나마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쪽으로 동력이 모아진다면 승산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