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12·3 비상계엄 이후 '극우 세력' 중심으로 지지층이 줄어든 여당이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낼지, 갈 곳 잃은 중도보수가 2심 무죄 선고를 받은 이재명 대표로 향할지 여부다. 군소정당 주자가 사라진 양강 구도에서 중도 표심이 대선 승패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사진은 4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찬성집회(왼쪽)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반대 집회./뉴스1

◇조기 대선 5말 6초… 3주 이내 경선 마쳐야

공직선거법에 따라, 조기 대선은 대통령 파면 후 60일 이내에 치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재 선고일인 이날부터 10일 안에 대선일을 공고해야 한다. 대선일은 5월24일부터 6월3일 사이에서 정해진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19대 대선은 헌재 선고 60일 뒤였다. 이를 적용하면 이번 조기 대선은 화요일인 6월 3일이 된다.

이 경우 각 당은 경선을 거쳐 5월10~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후보를 등록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은 5월12일부터다. 예비후보 등록 이후 선거인단 모집, TV 토론, 권역별 순회 경선 등을 3주 안에 끝내야 한다. 민주당에선 이조차 보름 정도로 단축하자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역시 경선 룰 협상을 고려해 경선 기간을 줄이자는 견해가 많다.

◇與, 확장이냐 결집이냐… "애도기간 최대한 길게"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서 조기 대선은 당분간 '금기어'일 가능성도 있다. 강성 지지층이 탄핵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서다. 원내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른바 '애도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야 한다"라고 했다. 그만큼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지지층이 강하게 뭉쳐있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가 경선에도 반영될 수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대선 경선은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각각 반영한다. 현행 경선 룰에 따라 국민 여론조사 대상은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이다. 한동훈 전 대표 등 일부 후보는 일반 국민 비율을 더 반영하도록 룰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후보 간 합의 등을 고려하면 물리적 시간이 여의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관건은 탄핵 찬성파·반대파 중 어느 쪽이 대선후보가 되느냐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에서 강성 지지층에 편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개인 자격'이라며 윤 대통령 구치소 면회를 가는가 하면, 지난달엔 대통령 석방 하루 만에 예방했다. 이때는 '개인 자격'이란 단서조차 달지 않았다. 사실상 당을 대표한 공식 행보였다. 대변인 논평에선 "사기 탄핵"이란 말도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강성 보수층의 결집도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탄핵 기각을 공개 거론해 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또는 홍준표 대구시장 등 '반탄파'에 당원 표심이 집중될 수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지금은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서 이길 수 있는 선거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중도층, 심지어 민주당 일부 반(反)이재명 세력을 끌어들일 만한 후보를 선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또 "이번 선거의 성격상 여당이 그런 선택을 할 지는 미지수지만, 중도 지향적으로 외부 확장이 되는 후보를 내야 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각 진영이 양 극단으로 나뉘어서 '윤석열 vs 이재명' 구도가 다시 성립되면, 국민의힘은 김문수 장관같은 (반탄파) 인물을 대선 후보로 낸다는 가정이 가능하다"면서 "이렇게 되면 패배할 가능성이 크고, 당은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스1

◇진보정당 사라진 대선 판… 李 '더 우향우'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식 우클릭'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선 선거 구도상 진보진영 군소정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조국 전 혁신당 대표가 구속수감 되는 등 진보 주자가 사라졌고, 민주당은 더 이상 진보 정체성을 겨룰 필요가 없어졌다. 이 대표 입장에서 야권 지지층은 사실상 따 놓은 표가 됐다는 것이다.

여당 우경화도 주된 원인이다. 국민의힘이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 외에 중도를 끌어들일 수 없다고 봐서다. 이 대표의 '중도보수 선언'은 이런 판단과 맞닿아 있다.

이 대표가 최근 상속세·근로소득세 완화, 법인세 감면 등을 줄줄이 꺼낸 이유다. 세금 이슈에 민감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강하지 않은 집단을 겨냥했다. 비상계엄 이후 이들이 국민의힘에서 멀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중도 견인'에 당력을 쏟고 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2월 상속세 개편을 꺼내면서 그 수혜자로 '수도권 대다수 중산층'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민심이 악화한 지역을 탈환하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0.7%p(포인트) 차이로 졌는데, 주된 패인을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분석했다. 실제 이 대표가 패배한 서울 14개 구(區)에는 마포·영등포·동작·성동·광진·강동 등 '한강 벨트'가 대거 포함됐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야권 내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이재명 대표로서는 더 오른쪽으로 갈 일만 남았다"면서 "지금은 그나마 전통 지지층, 진보진영 정체성 등을 고려해 눈치를 보지만,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무조건 중도보수를 누가 끌어오느냐의 싸움이 된다. 철저하게 보수 정치인 같은 면모를 전략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이냐 아니냐'… 李 포비아 해결이 변수

결국 이번 대선은 '이재명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선거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여론조사상 이 대표와 일대일 구도로 맞붙을 후보는 현재까지 없다. 그만큼 '反이재명' 세력의 공포심도 크다. 의회 과반인 170석을 점한 당이 행정권까지 독식한다는 우려다. 민주당은 각종 감세 등 중도보수를 겨냥한 정책 경쟁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이재명 포비아'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박성민 컨설턴트는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순간 사실상 경쟁은 없어졌다"면서 "국민의힘을 약화시킬 전략보다는 反이재명 정서를 줄일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압도적 의석에 행정권을 갖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해 사법권도 넘보게 된다"면서 "2026년 지방선거 때 움직일 공간을 확보하려면 이런 포비아를 불식시키는 게 주요 선거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