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청년취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각종 감세 등 친(親)기업 기조로 전환한 이 대표가 조기 대선을 겨냥한 행보를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캐스팅보트인 2030을 타깃으로 취업 이슈를 띄운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李 "대기업 국제 경쟁력 키워야"… 이재용 "韓 미래·청년 위해 투자"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삼성 청년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싸피) 서울캠퍼스를 방문했다. SSAFY 캠퍼스 로비에서 직접 대기하던 이 회장은 이 대표를 반갑게 맞이하며 11층으로 안내했다.
이 대표는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면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는 세상이라 대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또 "삼성이 현재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훌륭한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과실을 누리면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이 회장은 "SSAFY는 사회와의 동행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 미래와 청년들을 위해서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며 "대한민국 미래와 인공지능(AI)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년들도 오늘 방문에 대해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청년 취업 지원 ▲반도체·AI 인재 양성 ▲반도체 특별법 ▲상법 개정안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대표가 SSAFY 교육생을 직접 만나 청년 취업 현황을 듣기도 했다. 이후 강의실을 찾아 교육생을 격려했다.
이번 일정은 '중도 보수'를 선언한 이 대표가 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감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을 방문해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 도입을 예고했다.
◇李 "AI 공공투자 늘려야…연구개발, 공공이 담보"
이재명 대표는 이날 SAFFY 교육생들과 만나 "AI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넓게 보장해야 한다"며 "지금 삼성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사실 이게 공공의 영역에서도 일부 감당을 했어야 되는 건데 잘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AI 관련 평생교육 강화 및 공교육 개편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평생교육비를 최대한 늘린다든지 기존 공교육 시스템을 일부 변경해서 산수가 아닌 AI 가치 활용법을 가르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토대를 갖춘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구개발(R&D) 분야 기회와 비용을 공공의 영역에서 보장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 연구 개발 기회와 비용을 공공이 최대한 많이 담보해 주면서 책임질 것"이라며 "결국은 그냥 연구만 하고 끝날 일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의 삶을 통째로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 스타트업이든 벤처 투자든 공공이 상당 부분 책임을 져줘야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용 회장과 이재명 대표는 공공외교와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공공외교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했을 때 많이 부족한게 사실이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해야겠다는 말씀도 했다"면서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하면서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삼성 측도 공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