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여권 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노리는 차기 주자들과 여당 주류 세력의 간극이 커져서다. 한동훈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외연확장을 내걸고 움직이는 반면, 당 지도부는 수감 중인 대통령을 만나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등 강성 지지층 요구에 부응하는 식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인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과 관련,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리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같은 날 헌재가 선고를 연기하자 "헌재 스스로 절차적 흠결을 자인한 것"이라는 대변인 명의 논평도 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성향도 문제 삼고 있다. 문형배 헌재 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이 진보 성향 연구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출신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들을 향해 "좌파 세도 정치"라며 "스스로 재판관 회피 신청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야권은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불복을 위한 빌드업'으로 보고 있다.
지도부 차원에선 윤 대통령을 예방했다. 국민의힘 '투톱'인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당 중진인 나경원 의원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 사람에게 '당이 하나가 돼 2030 청년 등 국민께 희망을 만들어달라'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이들은 윤 대통령 접견이 '개인 차원'이라고 했지만, 당 투톱과 중진의 공개일정인 만큼 '옥중 정치'에 발 맞춘 것이란 분석이 중론이다.
당 내부에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 '첫목회' 소속 김재섭 의원은 전날 SNS에 "인간적 도리를 왜 이런 방식으로, 왜 이제야 다하는가"라며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입장처럼 비칠 것이고, 무책임해 보인다"고 했다. 당 최다선(6선)인 조경태 의원도 "당을 대표하는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가 움직이는데 어느 국민이 '개인 차원'이라고 보겠느냐"며 "국민 다수의 정서와 동떨어진 모습"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 전 대표는 재기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다. 이달 말 또는 내달 초가 될 거란 게 친한계의 관측이다. 내달 26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결심공판 예정일이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이 선고되면 이 대표 대권에 악재가 된다. 정치권은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도 이르면 3월 중 나올 것으로 본다. 이를 계기로 한 전 대표가 대체재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엔 친한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유튜브 채널 '언더 73 스튜디오'를 개설했다. 1973년생 이하 연령층을 뜻하는 것으로, 한 전 대표가 1973년생이다. 현재 정치권 주류인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대년생)를 대신해 '73년생 이하 젊은 정치인'으로 세대교체를 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의원도 세대교체를 내세워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오는 3월 30일로 만 40세가 돼 대선 출마 자격을 얻는다. 그는 전날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존 F 케네디는 43세에 미국 지도자가 돼 사람을 달에 보냈고, 46세의 빌 클린턴은 걸프 전쟁 승리를 이끈 현직 조지 부시 대통령을 꺾고 IT를 중심으로 미국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46세의 버락 오바마는 흑인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됐다"며 "대한민국도 과감하게 세대 전환과 구도 전환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