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규모가 30조원을 넘으면 시장 불안정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더불어민주당 토론회에서 나왔다. 경기 진작 목적으로 푼 예산이 도리어 채권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 예산 등 '30조 추경'을 주장하는 가운데, 학계에서도 일종의 경고를 보낸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비롯한 위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탄핵이 경제다' 토론회를 마친 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탄핵절차의 신속한 종결을 통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경기회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조속한 추경 편성과 2025년 경제정책 방향 점검을 위한 기재위 전체회의 개최를 촉구했다. /뉴스1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정책조정위원회는 20일 국회에서 '탄핵이 경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2025년도 경제정책 방향과 대책' 발제를 맡은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회복에 대한 긴급성을 고려할 때, 추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도 "정책 효과를 고려하면 추경 규모는 15조원~20조원 수준이 적절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채 발행이 한 연도(1년 내)에 30조~50조원으로 급격하게 늘면 시장 불안정을 유발해 충격이 커질 수 있다"면서 "(30조원 이상 추경을 편성·집행하면) 채권 금리가 올라가는 등 채권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회사가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자본조달 금리가 올라가고 (회사채 발행이) 무산될 수 있듯, 그런 부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면서 "과도한 적자국채 발행이 채무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추경 편성 자체에 대해선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발제자인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 세계가 트럼프 2기에 맞춘 새로운 경제정책 대응을 고심하는데, 우리는 (탄핵 국면에서) 준비가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적극적 재정 정책이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추경 외에 방법이 없는 이유는 당장의 금융 지표가 흔들려서가 아니다"라며 "내수 등 장기부진이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정부·여당의 추경 편성은 물론,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 심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탄핵 국면 장기화로 경제 전반의 혼란이 커진 만큼, 경제적 관점에서 탄핵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강 교수는 "비상계엄 해제·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및 체포·구속 등으로 헌법 질서가 회복되거나 안정되면 금융시장은 안정된다"면서 정치적 불안이 낮아져야 경제가 회복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기재위는 이날 토론회 후 기자회견에서 3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올해 침체된 민생경제를 회복하고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진 성장률 하락을 감안하면 최소 30조원 이상 추경이 필요하다"면서 "추경으로 민간 소비를 진작시키고, 지역화폐 발행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