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근거로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이 정부에 요구해온 20조원의 1.5배 수준이다. 탄핵 정국 장기화로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 예산 등 추가 예산을 편성하라는 것이다. 다만 학계에선 대규모 추경이 채권시장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올해 침체된 민생경제를 회복하고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진 성장률 하락을 감안하면 최소 30조원 이상 추경이 필요하다"면서 "추경으로 민간 소비를 진작시키고, 지역화폐 발행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탄핵 정국의 장기화로 내수 부진이 더 악화하면, 정부가 예상한 1.8%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더 내려갈 수 있다"며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한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1.7%, 심지어 올해 우리 경제가 1.3% 성장에 그친다는 전망도 있다"고 했다.
미 노스웨스턴대 스콧 베이커 교수 등이 작성하는 경제정책 불확실성(EPU, Economic Policy Uncertainty) 충격 영향 분석에 따르면, 탄핵 국면이 장기화 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0.4%p 이상 하락하고, 투자는 0.8~1.2%p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실업률은 0.3~0.6%p 상승할 것으로 봤다.
민주당 기재위는 이러한 수치를 소개하며 "국가신인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며,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기업은 각자도생인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와 정부가 협력해 한국 경제 시스템이 정상 작동 중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해외 정부·기업·투자자에게 지속적으로 보내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지역화폐'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분야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며 "내수 붕괴, 투자 감소, 수출 둔화 상황에서 정부 재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당초 민주당 기재위는 언론에 '20조 추경'을 골자로 한 회견문을 송부했었다. 그러나 회견 직전 비공개 회의를 거쳐 이를 30조원으로 수정했다고 한다. 기재위 관계자는 "올해 경상성장률 전망치는 실제 3.8% 수준으로, 정부가 예측했던 것보다 낮다"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계속 떨어지고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혼란이 뒤섞인 만큼, 추경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 자체 토론회에서도 대규모 추경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추경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이 채권시장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당 기재위가 주관한 '탄핵이 경제다' 토론회에서 "국채발행이 한 연도에 급격히 늘면 채권금리가 오르고 채권시장도 위축된다"며 "추경 재원 규모가 30~50조 수준으로 커져버리면 그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