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이른바 ‘쌍특검법’(내란 일반·김건희 특검법)이 8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수사 대상에 ‘외환 유치’를 추가한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한다고 예고했다. 여당은 독소 조항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쌍특검법 수정안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내란 일반 특검법(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재표결에 부쳤다. 이들 두 개 법안은 지난달 12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같은 달 31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날 국회로 돌아왔다.
표결 결과, 재적의원 300명이 전원 출석한 가운데, 내란 특검법(찬성 198명, 반대 101명, 기권 1명)과 김건희 특검법(찬성 196명, 반대 103명, 무효 1명)은 각각 부결됐다.
법안의 재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200명) 찬성이다. 범야권 192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여당에서 각각 6표, 4표의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 지난달 12일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본회의 표결 당시엔 각각 5명, 4명의 여당 의원 이탈표가 나온 바 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쌍특검법에 대해 ‘부결’ 당론을 유지하기로 했다. 두 특검법은 여당의 특검 추천권을 완전히 배제해 특검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사 대상이 광범위하고 모호해 두 특검법이 가동되면 여권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쌍특검법을 ‘보수궤멸법’이라고 규정한 뒤 “수사 대상에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전체를 무한대로 올려서 초토화시키겠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수괴)’로 규정하고,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계엄 선포 및 포고령 배경, 계엄군의 국회 내 병력투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입 사건 등 의혹 일체를 특검이 수사토록 하는 내용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민주당이 네 번째 발의한 것이다. 앞서 세 차례 특검법이 모두 재표결을 거쳐 부결, 폐기되자 민주당이 지난달 9일 재발의한 것인데, 이번에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수사 대상은 기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대통령실 관저 이전 개입 의혹 ▲명태균씨를 통한 20대 대선 경선 부정선거 의혹 등에 더해 ▲김 여사와의 관계를 이용한 명씨의 ‘대우조선 파업·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등 국정 불법 개입 의혹’을 추가해 총 15개다. 지난 세 번째 특검법에선 수사 대상을 3개로 줄여 여당 이탈표를 유도했으나 네 번째에선 다시 대폭 늘렸다.
민주당은 내란 일반특검법을 재발의할 예정이다. 수사 대상에 ‘외환 유치’를 추가해 더 센 특검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외환 유치죄란,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외환을 유치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대남 군사 공격을 유도했다고 보고, 관련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이른바 ‘독소 조항’을 뺀 수정안 마련을 위해 야당과 협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계엄 사태 진상규명과 김건희 여사 의혹 수사를 바라는 여론이 커진 상황에서 부결만 내세울 경우 ‘대통령 부부 엄호’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향후 법안 표결시 이탈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부결 이후 수정안)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정안으로는 제3자 특검 추천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