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3 계엄 당시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와의 통화에서 ‘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1차장은 “날조된 가짜뉴스”라고 즉각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위원이 2024년 10월 17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정 의원은 이날 당 ‘내란 극복·국정 안정 특위’ 회의에서 “(골드버그 대사가) 계엄 당일 국정원, 외교부, 국가안보회의(NSC) 등 온갖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일체 통화가 안 됐다. 계엄 해제 이후 4일 아침 유일하게 통화된 사람이 있는데 그게 NSC의 핵심이자 윤 대통령의 두뇌인 김 1차장”이라고 했다.

전날 방한 중이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면담 자리에 골드버그 대사도 배석했고, 정 의원도 한미의원연맹 준비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골드버그 대사가 한 말을 전하면서다.

정 의원은 “(김 1차장이) 골드버그 대사에게 ‘(야당의) 입법독재로 한국의 사법·행정 시스템이 망가져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강변을 되풀이했고, 그 얘기를 듣고 (골드버그 대사가) 경악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024년 11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트럼프 당선인 통화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1차장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김 차장은 “계엄 선포 다음 날 아침 골드버그 대사와 통화를 나눈 적이 없다.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늦은 밤 골드버그 대사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바 있다”며 “이 통화에서 ‘육성으로 방송된 대통령 담화문 이외에 관련 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없으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부 간 소통을 이어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의원이 언급한 내용은 날조된 주장”이라며 “이러한 가짜뉴스는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는 행태로 즉각 중단해야 하며,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제가 오늘 공개한 사실은 아주 믿을 수 있는 소스로부터 구체적으로 들은 것이고, 몇 번 확인한 끝에 공개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차장이 노골적으로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며 수사당국에 “국가안보실이 내란과 외환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김 차장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