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신년 행사에서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어서 면목이 없다”고 했다. 특정 사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을 의미한 발언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운데)가 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대한상의가 주재하는 ‘202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하며 “새해에는 기업들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속한 국정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생을 보살피는데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정부 여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한 때”라며 “‘반도체 특별법’이나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법’ 같은 미래 먹거리 법안은 새해 첫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언급한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 반도체 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여야 모두 기업 지원에는 동의하지만, 여당이 추진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조항은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골자는 연구·개발(R&D) 종사자를 대상으로 ‘주52시간 근무제’를 예외 적용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특별법 대신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식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野 “내란사태 종식해야 경제 위기 극복”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참석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선언한 데 이어, 가상자산소득 과세 유예 입장도 밝혔다. 특히 이재명 대표는 재계 인사들과 만나 배임죄 완화 등을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우클릭 전략이다.

진 의장은 “12.3 내란 사태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내란이 조기에 수습되지 못하고 장기화되면서 환율은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후퇴하리라는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대한민국의 비상상황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12.3 내란사태를 빠르게 종식하고, 경제 위기 극복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또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하고, 기업들이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신년인사회는 경제계 최대 규모 행사로 지난 1962년부터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을 포함해 기업인, 경제단체장, 정계 인사, 언론계 대표, 주한외교사절 등 각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선 당초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관련 긴급 회견 및 회의 일정으로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