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에 대의원 선출권한을 부여하고,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구성에도 개입하는 방식으로 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추진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한 2022년 안팎으로 민주당에 가입한 이른바 ‘개혁의 딸(개딸)’이 당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예상한 이 대표가 당내 기반을 확장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원 주권 및 역량 강화 방안 토론회’를 열고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원 주권 강화 방안은 민주당 혁신위원을 지낸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가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 대표가 직접 축사를 보냈다. 이 대표는 “오늘 토론회가 140만 권리당원의 시대, 당원의 주권과 역량을 강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한국형 당원 중심 정당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나아가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깊은 토론을 기대한다”고 했다.
권리당원 권한 강화 방안의 핵심은 전국대의원대회의 절반 이상을 권리당원이 선출한 대의원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민주당 전국대의원은 지난 8월 기준 1만7416명이다. 이들은 민주당 최고 대의기관인 전국당원대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재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전당대회 대의원은 전·현직 국회의원과 당 소속 지자체장, 지방의회의원, 중앙당 사무직 당직자, 당무위원회 추천인 등이 포함된다. 당원 주권 강화 방안은 현재 대의원 중 최소 50%를 당원이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당원대회의 수임 기관인 중앙위원회를 없애고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무위원회로 이어지는 2단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당무 집행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인 당무위원회 위원도 당원 선출 대의원으로 절반 이상 구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원들이 당의 정책과 재정, 조직운영 전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서 대표는 “민주당은 당비를 내는 당원이 2016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당을 집으로 본다면 재건축해야 하는 상황에 와있다”며 “당원들의 참여와 책임이 같이 가고, 한시적인 게 아니라 일상적인 참여가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이) 당 전체를 책임지는 관점”이라고 했다.
민주연구원은 이날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당원권 강화 방안을 당헌·당규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민주당은 옛날처럼 당 대표 위주로 내부에서 결정되는 것을 벗어나려고 한다”며 “시민들의 의지가 당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민주연구원에서 심사숙고하고 안을 마련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 ‘개딸’ 거리 두더니, 다시 ‘팬덤 정치’ 하나
이 대표는 당내 비명(非이재명)계 중심으로 강성 지지층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개딸’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도 일부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아쉬운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는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 중도층 확장에 힘을 쏟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권리당원의 권한을 키워 다시 ‘팬덤 정치’ 카드를 고른 셈이 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축사까지 보낸 이번 민주연구원 토론회는 결국 지지층인 ‘개딸’들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 폐지론’도 다시 나올 수 있다. 대의원은 총선 이후 영향력이 권리당원 대비 축소된 데 이어 선출 여부도 당원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50~60표에 해당하는 대의원 한 표를 권리당원 20표 수준으로 낮추는 당헌 개정을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