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과 정부가 합성니코틴이 포함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연초처럼 '담배' 범위에 넣어 규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담배사업법 개정안(송언석 의원 대표발의)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합성 니코틴 등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 범위에 포함할지에 대해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기재위원장)은 합성 담배도 법률상 '담배'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제2조 제1호 ▲제30조 제1항에 명시된 담배의 원료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 니코틴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화학물질'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흡입하는 등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합성 니코틴이 주원료인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담뱃세 부과 대상에서 빠져 있다. 또 광고 제한·온라인 판매 제한 등 판매 규제 등에서도 빠져 있다.
여야는 일단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했다. 송 의원은 "(액상형 전자담배도) 규제의 틀 안에 들어오게 함으로써 적정한 범위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법을 개정해 담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기존 담배와의 규제 및 과세형평성 문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합성니코틴이 무해하다 하더라도, 전자담배 피던 청소년들이 궐련 담배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며 "유사담배 형태가 매우 다양하고 규제 밖에 있다. 규제 밖에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패악"이라고 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도 "미국은 합성니코틴 포함해 모두 규제한다"며 사실상 개정 필요성에 찬성했다.
다만 규제 방법을 두고서는 저마다 의견이 달랐다.
우선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등급제'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담배든 유사담배든 액상담배든 어떤 형태로든지 유해하다면 제도권 내에서 규제하고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며 "약을 약국에서 파는 것과 슈퍼에서 파는 것을 분류하는 것처럼 유해성 정도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천연·합성 니코틴 규제를 위해 성분표시를 정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 범위로 포함시킬지 여부를 떠나서 천연·합성 니코틴 규제가 필요하다"며 "성분표시를 정확히 해서 소비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측인 기획재정부는 전자 담배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담배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황순관 기재부 국고국장은 "만약 합성니코틴 제품이 담배로 편입된다면, 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한 통제를 받을 뿐 아니라 내년 11월부터 시행되는 담배 유해성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며 "실제 WHO(세계보건기구)는 담배뿐만 아니라 담배대체제도 동일한 과세를 부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및 학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담배와 같이 규제해야 한다고 보는 측에서는 ▲유해물질이 포함된 점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표희수 국제특성분석연구소장은 "합성니코틴 제품에도 발암물질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상당수 유해 화학물질들이 합성과 연초 모두에서 검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합성 니코틴 제품에서도 EU(유럽연합)에서 규제하는 CMR(발암성, 돌연변이성, 생식독성 함유)물질이 발견돼 합성과 연초를 구분 없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환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 상근부회장은 "합성니코틴은 지정 허가를 득하지 않고 온라인쇼핑몰, 무인자판기, PC방, 폰케이스 매장 등 어디서도 판매할 수 있다"며 "청소년에게도 무차별적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담배 소매인 지정 허가를 받고 적법한 시장 환경을 지키는 사업자는 손해를 보고 있다. 시장이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에 찬성한다"고 했다.
반대 측은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유해성이 덜한 점 ▲흡연자의 선택권 박탈 등을 강조했다.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많은 연구에서 액상 전자담배의 흡입하는 유해 물질은 현격히 저감돼 있다고 보고 하고 있다"며 "액상 전자 담배가 연초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덜 해롭다"고 주장했다.
맹희석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 전무이사는 "합성 니코틴은 금연보조제로 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지만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흡연자들이 덜 해로운 니코틴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박탈한다. 또 물가 상승·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과 영세기업의 피해와 반발로 이어져 조세 저항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