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4일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탄핵 최종 시한’으로 통고한 가운데, 여야가 한 대행의 탄핵안 가결 정족수를 두고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소추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국무총리 탄핵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고 본다. 어떤 지위를 택해 탄핵안을 상정하느냐에 따라 국회 본회의 가결 정족수가 달라진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경제 6단체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3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가 진행되면 명백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이 지난 7월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소추를 추진하면서, ‘부위원장’ 대신 ‘직무대행’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헌법 제65조에 따라,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151명)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반면 대통령 탄핵소추는 재적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탄핵소추 대상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상정하면, 국회의원 200명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범야권 192석이 전원 찬성해도 여당 ‘이탈표’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무총리 탄핵소추라면, 민주당 의석(170석)만으로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24일 국무회의에서 ‘내란 일반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을 경우, 27일 본회의에서 총리 탄핵소추안 표결을 검토키로 했다. 24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뒤, 공휴일 다음날인 26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이튿날 표결하는 수순이다.

특히 ‘선출된 권력’이 아닌 한 권한대행에 대해선 ‘대통령 탄핵’ 요건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헌법에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건만 재적 3분의 2로 명시하고 있다”면서 “한 대행은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을 대행하는 것일 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독립된 지위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총리 탄핵 요건인 151석으로 본회의 가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의 탄핵도 대통령 탄핵과 같은 수준의 의결정족수가 필요 할 수 있다는 학계 의견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총리는 선출되지 않은 직이므로, 일반 탄핵요건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 역시 법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의견을 달았다. 이후 2020년 보고서에선 “권한대행이 대통령 신분을 획득한 건 아니다”라며 일반 정족수에 의해 탄핵이 될 수 있다는 학계 의견을 게재했다.

입조처 관계자는 통화에서 “입조처 자체적으로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에 대한 의견을 낸 바는 없다”며 “특히 (탄핵 사유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관한 것이라면,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지) 그 자체로도 여러 의견이 있기 때문에 정족수를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는 주장도 계속하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이날 오전 헌법 111조(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를 주제로 공부 모임을 열고, 한 권한대행에게 재판관 임명권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대통령 직무정지 중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며 “언론에 우리 당 입장을 널리 알리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