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23일 쟁점이 첨예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두고 토론회를 열었다. 대통령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 중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당 입장을 계속 알려야 한다”며 여론전을 독려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헌법 111조 논쟁,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의 쟁점’ 토론회에 참석해 “대통령이 탄핵소추돼 직무 정지 중에는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해 헌재로 보낸 이후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한다는 것은 소추와 재판 분리라는 대(大)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점도 ‘임명 불가론’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소추했는데 국회가 지명한 헌법재판관이 가서 과연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검사 역할을 맡는 국회가 탄핵심판관 임명에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논리다.
권 원내대표는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 후에야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점도 재차 언급하며 “선례대로 하면 문제 없다. 그걸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석한 의원들을 향해 “이론 무장하고 방송에 많이 나가야 한다. 나가서 우리 당의 입장을 계속 말씀드려야 한다. 널리 홍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법 111조는 헌법재판소를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고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행 ‘6인 체제’에선 6명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탄핵안이 인용되는 것이다. 이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임명 절차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승인하는 수준의 ‘현상유지’ 차원이라고 강조한다. 이르면 오는 26일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도 강행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권 권한대행이 당 소속 의원들에게 직접 여론전을 주문한 것이다.
한편 이날 발제자로 나선 지성우 한국헌법학회 회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며, ‘상황유지’와 ‘현상변경’을 기준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 회장은 “그 권한을 행사해 대통령이 재직할 때보다 상황이 급변할 경우면 행사해선 안 되고, 상황이 그대로 관리 유지되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것은 상황변경적 행위에 해당한다”며 대통령 사고 시에는 행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