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근로소득세 물가연동제’를 골자로 한 세제 개편을 추진한다. 중산층 표심을 얻기 위해 금융투자소득·가상자산소득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폐지 및 유예한 데 이어, 고소득자를 제외한 월급쟁이의 세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다. 계엄 사태 이후 여당 내홍이 극심한 가운데, 세금 이슈를 선점해 표심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과세표준 구간 물가상승률 대입, 與도 법안 발의
20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비상설특별위원회인 ‘월급방위대’는 오는 23일 회의에서 소득세 구간별 과세표준을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높이는 세법 개정안 등을 논의한다.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각종 공제 적용 후 실제 세금 납부 대상이 되는 소득을 물가상승률에 맞추는 식이다. 노동운동가 출신 한정애 의원, 국세청 차장 출신 임광현 의원이 각각 특위 위원장, 간사를 맡았다.
2023년 귀속 기준 종합소득세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1400만원 이하 6%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15% ▲50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24% ▲88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 35% ▲1억5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38%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4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42% ▲10억원 초과 45%다.
특위 안(案)에 따라, 과세표준 5000만원 초과분에 올해 물가 상승률을 2%로 가정해 적용하면, 내년 과세표준 기준도 2%(100만원) 높인 5100만원이 된다. 다만 어느 층위까지 혜택을 줄 지에 대해선 추가로 논의키로 했다. 고소득자에 대한 혜택에 제한을 두는 목적이다.
관건은 세수감소 대응책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은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견을 묻는 임광현 의원 질의에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었다. 당시 임 의원도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근로자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세수감소, 고소득자 혜택 제한 등 여러가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여야 모두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낸 만큼, 국회 논의는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기재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월 부양가족 기본공제액을 1인당 150만원에서 ‘150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냈다. 기준연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분을 반영해 매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종합소득과세표준 계산 시 물가연동지수를 반영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연말정산 가족혜택·육아용품 면세법도 추진
민주당은 연말정산 시기에 맞춘 ‘가족혜택법’도 논의할 방침이다. 연말정산 시 맞벌이 부부의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을 합산하는 내용이다. 현행 제도는 부부 간 신용카드 사용액 합산이 불가능해 납세자가 유·불리를 직접 따져야 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특위 간사인 임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그 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근로장려세제 정산 시기 단축, 직장인 국내 여름휴가 사용 금액 일부 공제) ▲소득세법 개정안(직장인 식대 비과세액 20만원→30만원 이상, 가족 공제 기준 20세 이하→25세 이하, 직장인 정장 등 의복 구입비 일부 종합소득세 공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만0세~7세 영유아 용품 부가가치세 면세) 등이 테이블에 오른다.
한정애 위원장은 “초부자 감세는 적극 지원하는 정부가 근로소득자에 대한 혜택은 ‘세수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는 건 명분이 안 된다”며 “세수 감소 대응책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월급생활자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