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19일 모여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와 비대위원장 후보군 등을 논의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이후 격렬해진 당의 내홍(內訌)을 진정시키고 수습할 ‘통합형’ 당내 인사가 차기 지도부를 이끌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선수별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주 비대위원장 인선을 매듭짓는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재선,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각각 모임을 갖고 비대위 체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 16일 한동훈 전 대표 사퇴 이후 비대위 체제 전환에 착수했지만 비대위원장 인선부터 난항을 겪자 선수별로 의견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재선 의원 모임에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는 안, 당대표 격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별도로 두는 현행 ‘투톱 체제’를 유지하는 안 등이 오갔다. 다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비대위 체제 성격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그에 걸맞은 인물을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비대위 체제가 ‘통합형’으로 가야 한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영 의원은 모임 후 취재진에 “정치개혁과 개헌을 위한 비대위라든지 비대위의 성격이 정해져야 그에 맞는 사람도 구체적으로 거론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과 민생안정을 위해 지식과 통합의 의미가 있는 분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재선 의원들은 오는 20일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후보 추천 문제를 결론내기로 했다.
초선 의원들도 당내 갈등을 봉합할 ‘통합형’ 인물로 의견을 모았다. 초선의원 대표를 맡은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모임 후 취재진에 “무엇보다 통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주로 있었다”며 “초선과 재선, 중진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는 것 같다. 갈등을 돌파할 인물이 비대위를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비대위의 역할과 관련해선 초·재선 간 미묘한 입장차가 보였다. 재선 의원들은 ‘정치개혁’에 방점을 뒀다. 비대위가 개헌 등 정치개혁을 중점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선 의원들은 ‘혁신’에 목소리를 더했다. 김 의원은 “비대위원장은 혁신의 방향을 가지고 당을 이끌 분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경륜과 경험을 가지고 이끌 분이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했다.
당내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데도 의견이 모인 분위기다. 재선의 엄 의원은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에 대해 “정치개혁과 개헌을 준비하는 비대위라면 외부 인사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열어 두면서도 “그동안 외부 인사 비대위원장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초선의 김 의원은 “원외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지난 번 의총에서 원내로 하자고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초·재선 모임에선 비대위원장 후보로 구체적인 인물이 거론되진 않았다. 제각각 의견이 쏟아지면서 특정 후보를 추천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가진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선수별 의견을 반영해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0일에는 3선 의원들도 모임을 갖고 비대위원장 후보 등을 논의한다. 권 원내대표는 이들의 의견을 전달받아 다음 주 초 비대위원장 인선을 매듭지을 예정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다음 주 초 비대위원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