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국회가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경우 몇 석이 필요한지를 놓고 여야가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으로 맞서고 있다. 헌법상 규정이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는 데다가 ‘권한대행 탄핵’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국무총리실 제공

한 권한대행이 19일 행사한 법률안 재의요구권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직결되는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대해서도 여야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까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반면 여당은 이를 ‘대통령 탄핵 기준’으로 정족수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자 여야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책임 있는 결정”(국민의힘), “명백한 입법권 침해”(더불어민주당)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특검법에까지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탄핵을 추진할 모양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권한대행을 두고 “내란 부역으로 판단되는 즉시 끌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을 현실화할 경우 국회에서의 가결 정족수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은 명확한 법조문이나 전례가 없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직을 대신 수행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 탄핵소추 정족수에 준하는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가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때처럼 국민의힘에서 찬성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한 권한대행 탄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로 간주해 재적 의원 과반(151명)만 찬성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우 민주당 의석수(170명)로 충분히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12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돌입했는데, 당시 국회입법조사처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시 필요한 정족수로 탄핵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이 현재 공석인 3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는지를 놓고도 여야는 각자의 논리로 맞서고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야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였던 입장을 각각 뒤집었다. 당시와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결국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갈리게 될 정치적 유불리가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뉴스1

국민의힘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없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과거 황교안 권한대행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재에서 최종 인용된 이후(궐위 상태)에야 대법원이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권 권한대행은 2017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며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인 국회가 ‘판사’인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게 권 권한대행의 지적이다.

권 권한대행은 “2017년 이선애 후보자는 대법원장 추천 몫이었고, 지금은 국회 추천 몫이라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하려고 징계위원 결원을 채운 것이 불법이었다는 서울고등법원 판례도 들었다.

민주당은 국회 추천 몫인 3명에 한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은 형식적인 결재 절차에 불과하며, 임명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헌법기관 구성을 거부하는 행위라고 반박한다. 민주당은 2017년에는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 추천 몫인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을 임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추미애 대표는 페이스북에 “권한대행이 헌재소장이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의 의견”이라고 썼고,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인터뷰에서 “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다면 국회가 인준을 안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에는 대통령 추천이 아닌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추미애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추천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재판받아야 할 상황에서 새 재판관을 추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며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