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의 ‘정치적 득실’을 셈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 등 쟁점법안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민주당은 경고성 카드로 탄핵을 쥐고 있지만, 정국 혼란이 심해지고, ‘탄핵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관 임명에도 차질이 생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라”며 “대통령이 된 걸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권한을 남용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권한대행의 권한은 국민이 선출한 국회 동의 내에서 행사해야 한다”며 “거부권 행사는 월권”이라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일반특검’은 전날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다. 향후 한 권한대행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내년 1월1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특검법과 별개로 6개 쟁점법안(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농업 4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 시한은 이달 21일까지다.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미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던 법안들이다.
민주당은 이미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준비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정책적 연속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거란 관측이 많아서다. 황정아 대변인은 회의 후 취재진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탄핵안을 준비 중”이라며 “김건희 특검법·내란 특검법을 거부하면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을 정치적으로 견제할 도구도 탄핵소추 뿐이다.
◇정국 혼란 가중, 헌법재판관 임명도 차질
다만 국정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정치적 부담은 상당하다.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후 ‘중도층 견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추가 탄핵의 정당성과 명분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이 대표가 지난 15일 “국정 혼선을 초래한다”며 탄핵을 잠정 보류한 것도 이런 이유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맡을 헌법재판관 임명도 어려워진다.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권’이 한 권한대행에 있다고 봐서다. 민주당 논리에 따라 ‘특검 거부’를 명분으로 한 권한대행을 탄핵할 경우, 국회 추천 몫을 임명할 주체도 모호해진다.
헌재 정족수는 재판관 9인 중 7인 이상의 출석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퇴임한 이종석 전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 후임을 국회가 추천하지 않아 6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6인으로도 대통령 탄핵심판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지만, 6명 전원 찬성이 필요해 탄핵심판 인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야권으로서는 수적인 부담이 크다.
한편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오는 23~24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하는 안건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9인 체제로 탄핵심판을 심리 및 결정해야 인용 확률이 높아진다고 봐서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 “위헌적 법률에 대한 한덕수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또 “탄핵소추를 의결한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 및 적법 절차를 어기는 것”이라며 ‘대통령 직무정지’ 상황에선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