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란’이라는 단어를 두고 충돌했다.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가 확실하다며 이번 사태를 ‘내란 비상계엄’으로 명명하자, 여당은 법적으로 내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속기록에서 이 표현을 삭제하라고도 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을 대상으로 열린 현안질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을 향해 “부총리는 내란 비상내란 선포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시간대별로 자료를 제출하라”며 “내란 비상계엄에 성공했어도 부총리가 같은 자리에서 경제대통령처럼 경제 정책을 이끄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국민의힘 의석에선 “자꾸 내란이라고 하느냐” “내란이라고 하지 말라”며 제지하는 발언이 나왔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내란 여부에 대해 법적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내란 비상계엄’으로 정의하면서 마치 내란인 것처럼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원장께서는 속기록에서 저 표현을 삭제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현을 현안질의에서 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내란죄에 대해선 사법기관이 판단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예단해서 국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말은 자제해야 한다. 속기록에서 삭제해달라”고 했다.
야당은 즉각 반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공직자로서 한 발언이나 행위에 문제가 있으면 법에 의해 처벌 받고 유권자에게 심판을 받으면 되는 일”이라며 “여당과 야당이 각자 선택하는 용어가 있는데, 왜 하라마라 강제하느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조용히 해!” “입 다물어!” 등의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란을 내란이라고 말도 못 하느냐”고 했고, 진성준 의원은 “내란 동조다. 부끄러운 줄 아시라”고 했다. 그러자 박대출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위원장님 발언 취소시켜요!” “다 삭제해!”라고 맞섰다.
충돌이 거세지자 송언석 위원장은 “오늘은 경제상황에 대한 현안질의를 하는 자리”라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무엇을 할지 질의를 통해 국민께 알려드리는 게 기재위의 책무”라고 했다. 야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도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비상계엄에 대해 부총리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었는지 국회를 통해 잘 이야기해야 경제사령탑에 대한 신뢰를 그나마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