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권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특검(특별검사)을 향하고 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이 이번주 중 정부로 이송돼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는 있지만,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 야당의 추가 탄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6일 MBC 라디오에서 “한 권한대행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앞서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검토하다가 ‘국정 안정’을 이유로 잠정 철회했는데, 특검법을 거부할 경우 국회 차원의 탄핵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 수석부대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권력은 의회 권력”이라며 “의회 권력이 행사한 입법권에 대해 국민의 선택도 받지 않은 단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이것이 (탄핵의)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핵심은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했다.
지도부 차원의 경고성 발언도 나왔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권한대행 총리에겐 인사권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며 “내란 수사를 지연 또는 방해할 수 있는 어떤 자격도 없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가결된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이 ‘네 번째’로 발의한 법안이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는 법안에 대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데 통상 1주일가량 소요된다. 대통령은 정부 이송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16일 기준 두 특검법은 아직 정부로 이송되지 않았다.
규정상 한 권한대행은 이달 말 또는 내년 초에는 특검법 공포 또는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법 71조에 따라, 한 권한대행은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이양 받았다. 그간 대통령실 기조대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정치적 부담이 상당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전례도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기간에 고건 당시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거창 양민 학살사건 보상 특별법’과 ‘사면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다만 과거와 여론이 크게 달라,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당시엔 노 대통령 탄핵안 통과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반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로 당·정 지지율이 동반 급락한 데다, ‘내란죄 핵심 피의자’로 적시된 처지다. 단순 전례를 기반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긴 어렵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