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 분열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친한(한동훈)계는 ‘탄핵 찬성’ 당론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새로 선출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윤(윤석열)계와 중진 의원들은 ‘현재는 부결이 당론’이라며 당내 중지를 모아 결정할 문제라고 맞서고 있다. 탄핵소추안 표결 전 ‘심리적 분당(分黨)’ 수준으로 내부 갈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권영세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중진 의원들은 ‘탄핵 신중론’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야당의 탄핵 공세에 밀리지 말고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대통령 탄핵안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밝힌 이후 확연히 당내 기류가 달라졌다. 야당이 주장하는 ‘내란죄’ 혐의에 대해 추후 수사 당국의 판단이 나올 때까진 단정해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 한 대표가 전날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에 대한 법적 절차나 조사도 없이 왜 지금 우리 스스로 대통령을 먼저 단죄하고 끌어내리려 하나”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당의 자중지란이 떠오른다. 지금은 성급한 결정을 자제하고 삼사일언·삼사일행(三思一言 三思一行·언행에 신중) 할 때”라고 썼다.

또 “대통령이 저렇게 강변하면 적어도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 대통령을 세운 여당이 보여야 할 기본 자세”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진영 궤멸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귀결됐음을 강조한 것이다.

전임 당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이나 가짜뉴스, 괴담 선동으로 인민 재판하듯 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 정황과 일방의 주장에 기대어 ‘내란죄’라고 단정 지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여당으로서) 책임질 것은 책임지되 비굴해져서는 안 된다. 자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비굴한 배신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 국회에서 모여 탄핵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한 의견을 논의할 예정이다. 친윤계 추대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같은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4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탄핵안 표결 참여와 당론 부결 유지 여부 등을 정할 방침이다.

반면 친한계는 연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을 호소하고 있다. 전날 한 대표가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 집행 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한 이후 여당 내 공개 ‘탄핵 찬성론자’는 7명으로 늘었다. 여당에서 찬성표가 1명만 더 추가되면 2차 탄핵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 찬성을 호소하던 중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 나누고 있다. /뉴스1

7명 중 한 명인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본관 앞에서 ‘탄핵 촉구’ 1인 시위 중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당론보다 중요한 게 국민이고 국가다.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당론보다 더 중요하다”며 여당 의원들을 향해 “당론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본인 양심에 따라 나서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 기준 여당 내에선 10여 명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다만 물밑에서 탄핵 찬반 설득 작업이 진행되면서 기류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부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당원들의 탄핵 트라우마와 국민들의 계엄 트라우마 중에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것을 더 우선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탄핵 표결의 찬반에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며 탄핵 찬성 투표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 제명·출당 문제를 두고도 내홍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 대표의 지시로 당 윤리위원회는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 등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친윤계는 내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대통령을 출당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윤리위를 소집한 데 대해서는 전혀 최고위원회에 연락조차 한 적이 없다”며 한 대표를 향해 “이렇게 당을 운영하기 때문에 당내 의원들, 많은 분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한동훈 지도부 와해’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는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현재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친윤계는 3명(김재원·인요한·김민전), 친한계는 2명(장동혁·진종오)으로 분류된다. 앞서 장 최고위원이 탄핵안이 가결되면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 만큼 여권에선 2차 탄핵안 가결 후 최고위원 4명 동반 사퇴, 비대위 체제 전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 최고위원은 탄핵안 관련 당내 논의 사항을 지켜본 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 사퇴 입장이 바뀌었나’라는 물음에 “바뀌었다고 한 적이 없다”며 “(당내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