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하는 걸 보면 대통령이 저럴 만도 하다.”
“박근혜 탄핵 때를 잊지말고 뭉쳐야 한다.”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한 4일. 장장 4시간이 걸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이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무리수를 둔 건 맞지만, 야당의 폭거를 막으려는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취지다. 당 지도부를 지낸 중진 등 친윤계 의원 22명 정도가 “오죽하면”이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앞서 이날 새벽 계엄령 선포 직후, 군 병력은 무력을 사용해 국회에 진입했다.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뜨린 뒤, 보좌진·취재진과 몸싸움을 벌였다.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대표 ‘체포대’를 꾸리고, 야당 대표 방으로 진입하는 모습도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계엄군 차량 위로 군 헬기가 비행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친한계 의원들은 이런 상황을 언급하며 “군홧발이 입법부를 밟은 건 주권자를 밟은 거다. 집권당으로서 이런 부분을 문제 삼는 게 맞다”고 했다. 반면 대구경북 등 일부 의원은 “야당이 폭주하는데 대통령이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며 “(야당이 추진하는) 탄핵은 절대 안 된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건 막아야 할 거 아니냐”고 맞섰다고 한다.
이른바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도 여러 차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일부 세력이 동조한 것을 계기로, 정권을 내어주고 보수진영 궤멸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친윤계는 여당 내 ‘대통령 책임론’이 내분으로 이어져 정치적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내각 총사퇴 ▲김용현 국방부장관 해임 ▲윤 대통령 탈당을 의총 안건으로 올린 결과, 나머지 두 건에 대해서만 의견을 모았다. 친윤계 다수는 대통령 탄핵은 물론, 탈당 요청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의총을 마치고 취재진에 “최고위원회의에서 3가지를 제안했고, 많은 의원들이 난상토론을 했다”면서 “대통령 탈당 요구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었다. 계속 내부 의견을 들어보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