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남는 쌀 매입’을 의무화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핵심은 쌀값이 기준 가격에서 폭락 또는 폭등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정부 관리 양곡을 판매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내용이다. 또 쌀값이 평년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투표 결과, 재석 254인 중 찬성 173인, 반대 80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됐다. 이 법은 지난 21대 국회 때인 작년 3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뒤,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돼 폐기됐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재발의 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법과 달리, 이번 개정안에는 양곡의 시장 가격이 평년 가격(공정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는 ‘양곡가격안정제도’ 조항도 포함됐다. 정부·여당은 법안이 시행될 경우 ‘쌀 과잉 생산’을 촉진해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또 시장의 자율적 수급 기능이 약화하고, 쌀 농가의 시장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양곡법 외에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도 야당 주도로 가결됐다. 농안법은 농산물 최저 가격 보장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농어업재해보험법은 보험료율 산정 시 자연재해 피해 할증 적용을 금지하는 법이며, 농어업재해대책법은 재해 이전에 투입한 생산비를 보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반대토론에서 “공급과잉 고착화로 쌀값은 계속 내려가고 막대한 재정부담만 가중된다”면서 “2030년에는 산지 쌀 가격이 17만원 대로 하락할 거란 예측이 있다”고 했다. 또 “타 작물 재배 농업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정부가 쌀값을 책임지는 방식으로는 악순환만 계속 된다. 농가가 벼 재배 면적을 줄이고, 좋은 품종의 쌀, 친환경 농법 쌀을 생산하는 방식을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정부가 근본 대책은 세우지 않고 가격 하락 시마다 물량만 조금씩 조정하며 ‘쌀값 폭락 사태’를 키웠다”고 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은 식량 수급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해 가격 급등락을 막는 법”이라며 “가격 폭락으로 고통 받는 농민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자, 가격 폭등으로 피해를 입을 소비자도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해당 법안 4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농업을 망치는 법)”이라고 했다. 또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에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