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의선 일대 송전탑들의 송전선을 정리하는 등 철거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송전탑들은 과거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한국이 건설한 시설물이다. 북한이 추진 중인 ‘남북 관계 단절 조치’의 일환이자 개성공단을 자체 가동하려는 방침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2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이북의 경의선 일대에 북한군 수 명이 투입돼 송전탑과 송전탑을 잇는 송전선을 제거하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 자산에 포착됐다. 송전탑은 철탑 형태로, 북한이 지난달 15일 폭파한 경의선 구간에서 개성공단까지 이어지는 도로에 수백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총 48기에 달하는 송전탑은 한전KPS가 2007년 1월 완공된 후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전기를 일절 공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현재 진행 중인 송전선 정리를 마치면 본격적으로 송전탑을 해체·철거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관련 동향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며 “남북 관계 단절 조치의 하나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버리고 남북이 ‘두 국가’로 제각기 살아갈 것을 선언한 뒤 물리적 단절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경의선·동해선 도로 인근에서 불모지 작업과 지뢰 매설, 침목·레일 및 가로등 철거, 열차 보관소 해체 등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지난 3월에는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 4월엔 경의선 도로의 가로등을 철거하면서 육로 연결도로의 불능화 조치까지 이뤄진 상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불법적 재산권 침해 행위는 반드시 중단돼야 하고 단호히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