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현행 상속세 배우자공제 한도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법 개정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 등 대도시에 ‘아파트 한 채’ 가진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다.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배우자 상속 증빙도 의무화했다. 다만 자녀공제 한도를 10배 올리는 정부안에 대해선 이견이 크다. ‘부(富)의 이전’을 돕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상임위 내 결론을 못 내면, 여야 원내대표 담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2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에 공감대를 이뤘다. 기존 조세소위에선 결론을 내지 못했고, 양당 간사와 기재부 차관 등만 참여하는 소소위 논의까지 한 끝에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핵심은 배우자 상속공제를 ‘부의 수평적 이전’으로 본 점이다. 세대 간 이전과 달리, 상속 재산에 대한 잔존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하고, 생활을 보장하는 목적이다.

특히 ‘배우자 상속 증빙 의무’ 조항을 신설하는 데도 합의했다. 배우자의 실제 상속 금액 등을 증명한 경우에만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실제로는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세금을 탈루하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이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일괄공제 한도 역시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안이 유력하다. 여당은 ▲현행 5억원인 일괄·배우자 공제한도를 10억원으로, 야당은 ▲일괄·배우자 공제한도를 8억원·10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추진해왔다. 민주당은 배우자 공제액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협의 과정에서 여당안을 수용할 의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 공제 5억’… 野 “상향 폭 급격, 국민 정서 안 맞아”

공제 한도 논의의 관건은 ‘자녀공제’ 부분이다. 정부가 제출한 상속세법 개정안은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이다. 그 외 ▲최고세율 50%→40% ▲최대 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 등도 담겼다.

민주당은 이를 ‘초부자 감세’로 보고, 수용 불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진보진영 내 ‘우클릭’ 비판을 감소하고 일괄·배우자 공제 상향을 추진하지만, 자녀 공제 10배 상향까지는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16년째 제자리인 자녀공제 한도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미 합의한 사안까지 물거품이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조세소위 핵심 관계자는 “중산층 상속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핵심”이라며 “자녀공제를 5억까지 올리는 건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민주당도 부담이 크다.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원내대표 담판으로 넘어가면 여러 쟁점을 테이블에 올리고 협상을 벌일 것”이라며 “상임위에서 논의한 것들이 통째로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