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당내 현안으로 떠오른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익명게시판에서) 대통령을 비판한 글을 누가 썼는지 밝혀라, 색출하라’ 라고 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대표를 흔들고 공격하려는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약 14분간 최근의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입장표명했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이 900여 건 넘게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일부 당원과 친윤(윤석열)계 인사들은 한 대표 가족이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한 대표 측은 한 대표 이름으로 작성된 글은 ‘동명이인’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가족 명의 글은 정당법상 당원 신상을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후에도 친윤계는 논란 해소를 위해 한 대표가 가족의 글 작성 여부를 밝혀야 한다며 당무감사, 수사 의뢰 등을 촉구해왔다. 잡음이 이어지자 당 법률자문위원회는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올라온 게시글 1068개를 전수조사하기도 했다. 대부분 언론사 사설이나 기사, 격려성 글, 단순 정치적 견해 표명 글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최고위원회 공개회의에서 김민전 최고위원이 ‘당원 게시판’ 문제를 다시 던지자 작심발언한 것이다.

한 대표는 “익명 당원 게시판은 당이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열어둔 공간이다. 당연히 거기에선 대통령이든 당대표든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 ‘대통령 비판한 글을 누가 썼는지 밝혀라, 색출하라’고 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정당에서 할 수 없는 발상이고, 그 자체가 황당한 소리”라며 “국민의힘은 당원들을 그렇게 함부로 취급해선 안 되는 정당”이라고 했다.

이어 “제 가족 명의로 된 글도 당 법률자문위원회가 전수조사했지만, 대부분 언론 기사의 사설 같은 내용이고 도를 넘지 않는 정치적 표현”이라며 “광범위한 자유가 허용되는 익명 게시판에서 마음에 안 드는 글이라고 (작성자를) 색출하라? 저는 그 요구에 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최근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일각의 요구는 ‘당대표 흔들기’라고 규정했다. 과거 ‘읽씹’ 논란 등의 연장선으로 자신을 겨냥한 정치 공세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읽씹’ 논란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논란 관련 대국민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답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한 대표는 “최근 문제 제기한 사람들을 보면 대개 명태균 이슈에 관련됐던 사람들”이라며 “자기들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라고 했다. 이어 “이 이슈를 키워서 과거에 있었던 읽씹이나 총선백서, 김대남 논란 등 당대표를 흔들고 공격하려는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든 당 대표인 저를 흔들어보겠다는 뻔한 의도에 말려들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한 대표는 “저를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은 총선 시기부터 계속 있었다”며 “비슷한 사람들이 무리한 협잡과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해 선고가 나오고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으니 이제 당 대표 흔들고 끌어내려 보겠다는 이야기 아닌가”라며 “이제부터 변화와 쇄신을 실천해야 한다. 당대표로서 위임받은 제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경선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키로 한 것도 쇄신의 일환이라고 했다. 명태균씨가 촉발한 여론조사 조작 의혹 후속조치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위증교사 1심 선고날 최고위서 공개충돌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선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가 공개충돌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있는 날 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앞서 최고위 회의에서 “당에서 한 대표 사퇴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문제제기했다. 이에 한 대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말하면 좋겠다. 그런 고발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비공개회의에서도 이를 두고 친한계와 친윤계간 설전이 이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비공개 회의 중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한 대표는 ‘이 대표 1심 선고를 앞두고 공개 충돌했다’는 지적에 대해 “그래서 여기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것”이라며 “익명성이 보장된 당원 게시판에 문제 되지 않은 글들이 올라온 게 전부다. 이 대표 선고를 앞두고 골든타임에 이게 이럴 일인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