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최근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진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선고를 앞둔 중대한 시기에 당 내부 문제로 야당의 사법리스크 이슈가 덮여선 안 된다는 취지다. 또 가족의 당원 게시판 글 작성 여부를 파악해달라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선 정당법상 당원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대표가 해당 논란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일주일만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논란을 조속히 매듭지어달라’는 당내 요구에 대해 “변화와 쇄신, 민생을 약속한 때이고 실천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잘 판단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이 쇄신과 변화를 말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당 운영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해야 한다”며 이 대표 위증교사 혐의 선고가 있는 25일 이전까지 ‘당원 게시판’ 논란을 일단락지어달라고 공개 요청한 데 대한 답변이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900여 건 올라온 것을 두고 불거졌다. 일부 당원은 한 대표 가족이 당원 게시판 여론조작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과 권성동·김기현 의원 등 친윤(윤석열)계 인사들은 당무감사를 통해 조속히 진상규명해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한 대표는 지난 14일 “없는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한 이후 언급을 삼가왔다. 당내 일각에선 한 대표가 민감한 현안에 선택적으로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한 대표는 이날 “이 대표 선고가 있는 중요한 시기에 건건이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 다른 이슈를 덮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기 때문에 위법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친윤계는 특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한 대표 가족이 당원 게시판에 직접 글을 작성했는지 여부, 명의가 도용됐는지 여부 등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당법에 따라 일반 당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당원 신분에 대해선 법적으로도 (신상을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며 “위법 부분이 아닌 문제 제기는 건건이 설명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한 대표는 당무감사에 선을 긋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 시스템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 비방글 작성이) 당무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검토하고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