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대한체육회(체육회)를 포함한 체육단체의 회계 내역 공개를 강제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기흥 회장과 임원들의 비위 행위가 밝혀지고, 체육계 내부의 부정채용과 후원 압박, 후원 물품 사적 사용, 예산 낭비 등이 당국의 수사를 받게 된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이러한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핵심은 연간 4000억원이 넘는 체육회 및 회원단체의 보조금 현황과 사용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특히 기부금품도 공개대상에 포함했다.
개정안은 체육회와 회원종목단체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조금 및 기부금품 현황, 사용내역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이 때 ‘회원종목단체’는 체육회에 회원으로 가입한 체육단체 중 특정 종목의 활동과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로 규정했다. 이러한 내용은 관련법 제33조 8항을 신설해 명시했다.
앞서 문체위 국정감사에선 체육회와 배드민턴협회, 스포츠안전재단과 족구협회 등의 ‘불법적 관행’이 여러 건 폭로됐다. 정 의원에 따르면, 체육회는 기업과 마케팅, 제품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300억원대 독점공급권을 줬다. 공개경쟁입찰 규정을 무시하고, 후원사들에게 160여 건의 특혜를 준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유인촌 문체부 장관도 “대단히 잘못한 것”이라며 사과했다.
특히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경우,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선수권대회 준비 과정에서 경쟁입찰 지침을 어기고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독점후원권을 주는 과정에선 협회 임원이 성과급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챙겼다. 그 외 이기흥 회장의 스포츠안전재단 보조금 셀프거래, 족구협회의 기부금 대납 등 체육계에 만연한 부정 거래 현황도 잇따라 확인됐다.
정 의원은 “국정감사로 드러난 체육계의 관행을 해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라며 “회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부정거래를 방지하고, 체육단체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문체부도 이날 부처 성과 및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체육계의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고, 투명한 스포츠 행정체계가 확립되도록 ‘스포츠혁신지원과’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