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안보 강화 방안으로 농축·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한미 방위비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감축 우려 등 안보 불안이 커진 가운데, 핵무장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갖춰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관련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보 정책 대응과 관련해 “안보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조금 다르다”며 “우리도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연성 있는 전략들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농축·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포함하는 유연한 발상도 정부 차원에서 충분히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앞서 지난 7월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핵전력을 활용한 안보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고 국제정세는 늘 변하기 때문에 동맹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원자력협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당시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의원 등이 핵무장론을 주장한 데 대해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이후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두고 보수진영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론 목소리가 커지자 의제를 다시 꺼낸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미 대선 이후 지난 11일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한반도 핵 정책 전망’ 관련 토론회에서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안보 강화 방안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한 대표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면 핵무장 잠재력을 갖출 수 있으면서도 자체 핵무장론보다 국제 제재 대상이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실효적인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도 이날 간담회에서 북한 비핵화 전략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비핵화 문제의 중요성을 한편으로는 매우 강조하는 현실이 있고 또 동시에 전문가들과 국민들 모두 마음속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비핵화) 동력을 혹시라도 잃게 되면 어떨까 하는 우려가 함께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딜레마적인 상황에서 비핵화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게 우리 정부의 큰 숙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원자력협정(원자력의 민간 이용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은 핵연료 연구나 원자로 건설, 우라늄농축 처리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양국 정부가 상호협력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 협정은 미국과의 서면 합의 없이는 한국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등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미국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재처리 시설을 둘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