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내년부터 시작될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 여부를 두고 정치권 논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 비트코인 등 일부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상황이라서다.
정부·여당은 과세체계 미비 등을 이유로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입법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과세기준을 상향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더라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의 내년도 세법 개정안 심사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가 금투세 폐지에 이어 현안으로 떠올랐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투자소득 중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로 과세하게 된다. 가상자산으로 1000만원을 벌었다면 750만원의 22%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7월 가상자산 과세를 2027년까지 2년 늦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당초 2021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앞서 두 차례 유예된 바 있다.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 체계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을 유예해야 할 이유로 우선 꼽는다. 지난 7월부터 가상자산법(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이에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 등 가상자산을 유형화하고 업종을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당도 유예 기간을 더 두고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 미비점부터 보완하고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도가 미흡한 상태에서 섣불리 과세할 경우 시장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지난 22대 총선 공약으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검토’ 방침을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9월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오는 2028년까지 3년 유예한다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반면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은 ‘유예 불가’ 입장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2일 “여당이 추진하는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 한 기재위원은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가상자산에 대해선 특별한 게 없으면 예정대로 (시행)하는 쪽으로 우리 당 기재위원들은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며 “조세소위원회에서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부족한 세수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올해도 대규모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세수 확보 방안 없이는 정부여당의 세제개편에 동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가상자산에 대해 20%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연간 최대 1조원의 세수확보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기재위원은 “현재 국가 세수 결손이 역대급이다. 국세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해법을 못 내는 상황에서 이 부분을 같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최근 금투세 폐지로 당론을 바꾼 만큼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형평성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금투세를 백지화했는데 청년층 중심의 ‘780만명’ 코인 투자자 표심을 등돌리고 가상자산만 예정대로 과세하기엔 명분이 부족하고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예정대로 시행하되, 가상자산의 기본공제를 대폭 상향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가상자산 투자수익 과세 기준을 현행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고, 가상자산 투자 손실분을 5년간 이월해 실제 수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과세 기준) 5000만원 상향 정도는 수용하고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