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반도체 특별법’을 당론 추진하는 가운데,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반도체 기업에 직접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존 법안에 ‘노동 시간 유연화’ 내용을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연구개발(R&D) 직종 등에 한해 자율성을 높여 산업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이지만, 반론도 큰 민감한 문제여서 특별법 처리 자체가 지연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10월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고동진 의원과 대화하며 반도체 웨이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명의로 ‘반도체 특별법’ 당론 발의를 준비 중이다. 당초 이 법안은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의원이 직접 주도해 온 사안이었다. 고 의원은 그간 ‘직접 보조금 지급’을 골자로 한 특별법과 ‘주52시간 근무 예외 적용’이 핵심인 근로기준법 개정을 각각 추진해왔다. 그러나 정책위원회 등 검토 과정에서 소관 상임위원장인 이 의원 대표 발의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한다.

특히 당론 법안에는 반도체 관련 신기술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 인력 등에 한해 ‘주52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는 취지의 조항이 담긴다. 이를 임의 규정으로 할지, 강제 규정으로 할지를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등을 예전부터 검토하고 준비해왔다”며 “현재 조문 작업 중”이라고 했다.

근로시간 규제 완화에 대해선 당내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유연한 인력 운영이 반드시 필요해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업계에서도 핵심 인력이 신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실제 미국과 일본은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 근로시간 규제를 두지 않는 제도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인 고 의원도 이런 취지로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반도체 특별법·근로기준법 투트랙 추진해야”

문제는 ‘당론 포함’ 여부다. 근로시간 예외 조항을 반도체 특별법에 담을 경우, 여야 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 여당 내에서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용 대상과 업종 등 논의 사안이 복잡해 시급한 입법 과제인 특별법 처리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반도체 특별법을 따로 추진해온 것도 이런 이유다. 보조금 지급을 법제화 할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려는 ‘투트랙’ 차원이다. 해당 법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에서 근무하는 R&D 근로자 대상으로 주52시간 근무 예외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고 의원은 조선비즈에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할 때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안 넣었던 건 그것 자체로 특별법 발목을 잡을 확률이 컸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별도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원내 과반을 점한 민주당도 ‘근로시간’ 이슈에 대해선 소극적이다. 민주당의 ‘반도체 특별법’을 이끌고 있는 김태년 의원은 통화에서 “(근로시간 예외 적용을 도입하면) 어떤 업종에 할지, 소득 등 대상 조건은 어떻게 할지 검토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노동 이슈는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반도체 특별법에서 (재정 지원 등) 우선적으로 처리할 게 있는데 새로운 이슈를 가져오면 법안 처리가 지체될 것”이라고 했다.

여당 정책위는 향후 여야 협의를 거치되, 예외 조항 자체는 당론 법안에 넣겠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여야 합의로 개별 조항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돼 있어 논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