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당내 중진 의원들은 “대통령 담화가 국민에 겸허한 자세로 변화와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당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 수준과 방식을 두고는 입장차가 뚜렷했다. 친윤계는 “(담화 이후) 당정이 힘을 모아 국정 동력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며 ‘당정 화합’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친한계는 “기대치 이하로 나오게 되면 국민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며 전향적인 쇄신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 수준에 따라 ‘김건희 특검법’ 추진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평가와 후속 대응을 두고 당내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당내 5·6선, 3·4선 의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연달아 열었다. 오는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앞두고 쇄신 수준과 향후 정국 방향에 대해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서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통화 녹음 공개 파장과 최근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 10%대 하락 등 여권 내 위기감이 확산하자 윤 대통령 사과와 함께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 단행 ▲김건희 여사 대외활동 중단 등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사태’와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답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 대표와 5·6선 중진 의원들은 간담회에서 “대통령 담화가 국민에 겸허한 자세로 변화와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쇄신 요구 방식과 내용을 두고 친윤계와 친한계 간 신경전이 감지됐다.
나경원 의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한 대표에게) 내일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다음 이후 당정이 같이 힘을 모아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드렸다”고 했다. 나 의원은 간담회 참석 후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제언으로 포장되는 압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내일 담화 발표 이후 당정은 후반기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권영세 의원도 “지금 대통령실 혹은 대통령이 주도해 여러 쇄신이나 개혁안을 만들어서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주도적으로 쇄신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대국민 담화 전날 간담회를 여는 등 당이 압박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반면 친한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여전히 대통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일부 의원이 계시지만 현재 민심과 조금 다른 것 같다”며 “(간담회에서) 최소한 중진 의원들은 용산을 보지 말고 국민을 보고 가자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폭적인 인적 쇄신과 김 여사 수사 관련 내용이 담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조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의 입장표명 수준에 따라 당의 대응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회견이 어떤 수준이면 특검을 해야 한다고 보나’라는 물음에 “(대국민 담화에서) 기대치 이하로 나오게 되면 국민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조 의원은 지난 5일 YTN라디오에서 “7일 결과 여부에 따라 (김건희 특검법) 변동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참모진 개편·개각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범위 등 쇄신 수준을 두고도 당내 의견이 갈린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정도면 이제 국정운영의 방향이 확 바뀌겠구나라고 느껴질 정도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친윤계 이철규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일을 잘하기 위한 쇄신이 돼야지 정치적 대결, 힘겨루기 모습으로 이뤄져선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공학적인 인적 쇄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여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친한계는 외교 일정을 포함한 대외활동 전면 중단 수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친윤계는 해외 순방 동행 등 외교 일정은 대통령 배우자로서 해야 할 당연한 책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에도 쇄신 방향에 대한 당내 갑론을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