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1심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이 ‘재판 생중계’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명태균 사태’로 혼란이 극심한 여당으로서는 이 대표 재판으로 여론의 시선을 돌릴 수 있어서다. 반(反)이재명 세력이 모인 군소야당 역시 반사효과를 기대한다. 오는 15일(선거법)과 25일(위증교사)이 각각 1심 선고일인 만큼, 재판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계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이 대표 판결을 TV로 생중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제1야당 대표를 낙인찍고 재판부를 압박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은 이 대표 무죄 탄원을 사법부 협박이라 하지만, 생중계 요구야말로 사법부 협박”이라고 했다. 전날 출범한 당 사법정의특별위원회도 “야당 대표 망신 주기”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이 대표 1심 선고 생중계 의견서를 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판결에 대한 조직적 반발과 불복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1심 판결을 공개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야권에선 새미래민주당이 재판 생중계를 주장한다. 당대표인 전병헌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인사다.
현행 ‘법정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대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재량으로 1·2심 재판의 촬영을 허가할 수 있다. 이 대표 의사와 무관하다. 국민의힘은 선거법 재판이 ‘434억원 대선 비용’과 직결된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국가가 이 돈을 보전 받을 것인지 여부가 걸려있어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는 1심 선고일 사흘 전 생중계를 허가했다. 같은 해 7월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공천개입’ 1심도 생중계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이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각하됐고, 결국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선고일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듬해 10월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의혹’ 1심 선고 공판도 ‘공익’을 이유로 생중계됐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사유서를 내고 선고일 법정에 불출석했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실제 이 대표 재판이 공개되긴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다. 재판부가 정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고, 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 재판을 동일한 잣대로 보기도 어려워서다. 법조인 출신인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도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집단”이라며 “거대야당이 검사·판사 탄핵까지 거론하는 마당에 재판부 스스로 그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