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 의사를 밝히자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가 차기 대통령 선거만 보고 당론이었던 금투세 시행을 폐기했다는 이야기다. 금투세 시행 대신 제시한 ‘주주 충실의무’ 반영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실현이 쉽지 않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최대 규모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이하 더미래)는 5일 성명을 내고 “(금투세 폐지 동의로) 당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훼손되고, 자칫 소탐대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더미래는 “금투세 폐지 동의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이 선택에 실망하는 많은 분들을 납득시킬 진정성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을 통해 불투명한 이사회 등 기업지배구조와 재벌 계열사 합병, 분할 과정에서 드러난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도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동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의 의사결정 절차와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지 내용까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치적 여건이나 주식시장 상황을 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재입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이 2022년 10월 금투세 시행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 2년여 만이다. 이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여기에 투자하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투자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개인투자자 보호 및 기업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식을 열고 상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건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회사로 한정된 기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경영 활동에 이사가 책임을 지게 된다. 이 경우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소액주주의 고소·고발이 남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여당 “상법 개정이 최선인지 의문”
다만 상법 개정이 실현될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어서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민주당이 제시한 상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데에 이의가 없지만, 상법 개정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어렵다”며 “모든 기업을 주주 충실의무로 하는 경우,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주주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주주 충실의무는 대단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며 “기업의 주주는 외국인 투자자, 기관투자자, 사모펀드,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이 있는데 이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의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