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대선 직전인 5일 탄도미사일(SRBM)을 여러 발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이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600㎜ 초대형 방사포(KN-25)를 시험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30분쯤 황해북도 사리원 일대에서 SRBM 수 발을 발사했다. 이들 미사일은 약 400㎞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합참은 수 발이라고 발표했지만, 일본 방위성은 이날 북한이 7시 30분부터 약 9분간 최소 7발을 발사했고 최고고도는 약 100㎞라고 발표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사리원 일대는 평양에서 남쪽으로 70㎞ 정도 거리로, 서울과 150㎞ 정도 떨어진 곳이다. 합참 관계자는 “(600㎜ 방사포를) 기존에는 평양에서 북쪽으로 쐈지만, 오늘은 남쪽과 가까운 사리원에서 쐈다”며 “사리원에서 쏘면 한반도 남해안까지 거의 다 (사정권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통상 발사하던 지역이 아니라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를 가동해 임의의 지역에 가서 발사했다”고 했다. 합참은 이를 토대로 북한이 남측에 대한 기습적인 전술핵 공격이 가능함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을 겨냥한 도발이었다면, 단거리탄도미사일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미다.
앞서 북한이 작년 3월 공개한 전술 핵탄두 ‘화산-31′을 600㎜ 대구경 방사포에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가운데, 합참은 핵실험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핵 증산 관련 행동이 1년 내내 증가하고 있다”며 “어떤 장비가 들어가고 나오는지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며칠 내에 (실험이) 가능할 정도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합참은 북한의 향후 추가 도발로 ▲ 극초음속 미사일 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 7차 핵실험 ▲ 우주발사체 발사 ▲ 서북도서 및 접적 지역 총·포격 ▲ 무인기 침투 ▲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교란 등을 꼽았다.
합참은 이날 북한의 도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하려는 위협으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후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사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연합 공중훈련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발사했다. 한미일은 지난 3일 이에 대응해 제주 동방에서 미 전략폭격기 B-1B가 참여하는 연합 훈련을 벌인 바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아침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앞으로 우리를 반대하는 3국 군사공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선포했다”며 “적들의 군사적 광기가 가증될수록 우리 노선의 당위성과 절박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며 그 실행의 동력과 강도 또한 정비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한미일 연합 훈련을 북한이 ICBM 도발을 진행했기에 우리의 의지와 대비태세를 보여주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 자체가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