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예산안 본회의 자동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국회의 예산심사 법정 기한(11월 30일)이 지나더라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운영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 가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법정 시한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을 자동으로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 반복되는 예산안 늑장 처리를 막기 위해 2014년 국회 선진화법의 일환으로 ‘자동 부의 제도’가 도입되면서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동 부의되는 조항을 폐지하고 국회의장이 여야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로 부의하도록 국회법 개정안을 변경하려는 것이다.
야당은 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예산안 처리 지연을 막기 위해 여야가 합의했던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여당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국회 선진화법 과정에서 도입된 예산안 자동상정제도 폐지로 조세법률주의 원칙이 무너지고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을 깡그리 무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 선진화법의 골격이 예산안 자동부의제도”라며 “국회 선진화법 이전에는 예산안을 확정하려고 물리적 충돌을 하는 동물국회였다. 날치기, 몸싸움을 차단하기 위해서 여야 간에 합의된 건데 다시 동물국회로 가자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