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31일 대통령과 그 가족을 수사대상으로 하는 상설특검에서 특검후보추천위를 구성할 때 여당의 추천권을 배제하는 내용의 국회 규칙 개정안을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상설특검 추진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것이다. 국민의힘은 “날치기 강행 처리”라고 반발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운영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회 규칙안을 통과시켰다.

현재는 7명으로 구성된 특검후보추천위 중 제1, 2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씩 추천할 수 있다. 이를 대통령 또는 대통령 가족 관련 수사의 경우에는 여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규칙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민의힘 대신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민주당은 앞서 두 차례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막히자 상설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제출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는 김 여사 관련 의혹 중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 3가지가 수사 대상으로 담겼다.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은 이미 제정된 법률에 근거한 만큼 대통령 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니다.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할 수 없는 상설특검과 함께 특검후보자 추천도 여당이 할 수 없도록 국회 규칙안 개정을 밀어붙인 것이다.

민주당은 대통령 관련 특검에서 여당이 추천하는 사람이 특검후보추천위원이 되면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고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며 관련 규칙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상설특검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여당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서 대통령이 그 사람을 임명하면 특검을 왜 하나. 일반적인 수사기관은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권력자가 수사대상인 경우 엄정한 수사가 안 될 수 있다. 대통령의 영향을 받아서 제대로 수사를 못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에 특검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입맛에 맞는 여당 쪽 추천인사로 특검을 시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상설특검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만 부여하는 규칙 개정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해 삼권분립 원칙에도 위배되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