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인체에 유해하다’는 내용의 보고서 발간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초·합성 니코틴 원액 모두 상당수의 발암물질이 있어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그간 합성 담배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아 과세 사각지대에 있던 만큼, 국회 차원의 법 개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0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연초·합성 니코틴 원액 모두에 상당수 유해물질(발암성·생식독성)이 존재한다’는 중간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합성 니코틴 원액에 유해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합성 니코틴도 연초 니코틴과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합성 담배 업체들의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그간 업체 측은 ‘합성 니코틴 원액이 정제 과정을 거친 순수 니코틴’이라며 연초 니코틴 원액보다 해롭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유해성 평가 용역을 추진한 결과, 합성 니코틴 원액에서도 유해물질이 다량 검출됐다.
합성 담배 판매 과정에서 쓰이는 ‘무담배’ 또는 ‘순수 물질’ 표현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소비자의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제품 설명시 이러한 용어 사용은 배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말 최종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해성이 확인된 만큼, 합성 담배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과세·규제 형평성 맞춰야”… ‘담배’ 범위 확대
현행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이다. 연초에서 나오는 천연 니코틴 담배도 2021년부터 포함됐다. 반면 합성 니코틴이 주 원료인 담배는 해당이 안 된다. 기존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물론 각종 규제에서도 빠져있었다.
유해성이 확인된 만큼, 국회의 입법 작업도 힘을 받게 됐다. 합성 담배를 법률상 ‘담배’에 포함시켜 적절한 규제와 과세 의무를 부과하자는 게 핵심이다. 올해 초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도 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당시 ‘유해성 평가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정부가 평가 용역을 추진해 중간 보고서를 마련한 것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기재위 소속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합성 담배도 법률상 ‘담배’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법 ▲제2조 제1호 ▲제30조 제1항에 명시된 담배의 원료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 니코틴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화학물질’로 확대했다.
송 의원이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식약처, 전자담배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입법 공백으로 합성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은 최근 4년 간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자담배용 합성니코틴 용액(희석제품)과 원액에 대한 기재부의 추정치다.
송 의원은 “합성 니코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유사니코틴’ 등 새로운 원료를 사용한 유사담배의 판매도 늘고 있다”면서 “법을 개정해 담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기존 담배와의 규제 및 과세형평성 문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