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문제 해소를 위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띄운 ‘특별감찰관(특감) 임명’이 여권 내 갈등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한 대표는 특감 임명을 위한 국회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친윤(윤석열)계의 공개 반발에도 “국민은 대통령 주변 관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치 기술 부린다고 오해할 것”이라며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향후 열릴 의원총회에서 ‘특감 추천’을 두고 친한(한동훈)계와 친윤계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내부 분열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 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다시 말씀드린다. 특별감찰관 추천 진행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 내내 특감을 추진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 표리부동을 대단히 비판해 왔다”며 “우리는 문재인 정권보다 훨씬 나은 정치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사실 이건 우리가 지난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것”이라고도 했다.
특감은 대통령 배우자를 비롯해 친인척, 측근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차관급 공무원이다. 박근혜 정부 때 관련 제도가 도입됐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임명을 미루면서 유명무실해졌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 점을 비판했고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특감 임명’을 내걸었다. 그래놓고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동’하자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한 대표의 입장이다.
‘특감 추천 절차 논의는 원내 사안’이라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주장도 맞받아쳤다. 한 대표는 “당대표는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전날(23일) 한 대표의 특검 추천 방침에 “원내 최고 의사결정은 의원총회에서 하는 것이며 그 의장은 원내대표”라며 특감 추천 결정의 주도권이 원내에 있음을 강조했었다.
한 대표가 이처럼 단호한 입장을 보인 데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당 안팎의 넓은 공감대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명분과 실리가 있고, 중간지대에 있는 의원들도 심정적으로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 대표가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이 문제에 대해) 주도권을 잡고 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원내 20여 명의 친한계도 한 대표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한 대표가 ‘특감 추천’ 방침을 밝힌 전날 저녁 친한계 의원들은 국민의힘 전원이 참여하는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빠른 시일 내에 의총을 열어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는 절차를 밟기 바란다”, “의총을 열어 충분한 설명을 해달라” 등의 메시지를 올렸다.
반면 친윤계는 ‘북한인권재단 이사·특감 추천 연동’은 당론이라며, 한 대표가 원내지도부와 사전 조율 없이 밀어붙인다고 반발하고 있다.
‘친윤 중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두 개를 연동시키는 건 당론인데 당론을 변경하기 전에 투톱의 하나인 원내대표와 사전에 상의했어야 한다. 의견 교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건 정치가 아니다. 검사 수사하듯 했다”며 “독단의 정치”라고 맹비판했다. 권 의원은 또 “당론 변경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의원총회다. 의총에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한 대표는) 무작정 ‘난 갈 테니까 내 뒤를 따르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원내 사안은 당무가 아니고 국회 사안”이라며 “원내 사안을 당대표가 감독하는건 몰라도 관여하는 건 월권”이라고 했다. 그는 “당대표, 원내대표 투톱 체제를 정치권에 도입한 건 2006년”이라며 “도입 이후 원내 사안은 원내대표가 지휘하도록 투톱 체제로 원내를 강화하고 당대표 1인 시대는 그때 막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특검 추천 절차의 주도권은 원내에 있다며 추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의원총회를 개최해 당내 최대 현안이 된 ‘특감 임명 절차 추진’ 여부를 논의할 전망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여당 의원 전원이 참여한 단체 텔레그램방에 “국감을 다 마치고 의원님들 의견을 듣는 의원총회를 개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총에서 ‘특감 추천’에 대한 총의를 모으지 못할 경우, 이를 기점으로 친윤계와 친한계 간 내분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상평 정치평론가는 “여당 내에선 특별감찰관 찬반이 팽팽해 당론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친윤·친한이 사사건건 다투는 파워게임이 본격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