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한 다음 날인 22일 측근 인사들과 만찬을 가졌다. 예정에 없던 ‘번개 만찬’이었지만 당내 친한(한동훈)계 인사 22명이 모였다. 만찬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 관련 3대 요구사항을 사실상 거절했다고 보고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 등 향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내 친한계 의원들을 긴급 소집, 만찬 회동에 앞서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 대표는 이날 저녁 7시쯤부터 1시간30분가량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친한계 인사와 만찬 회동했다. 한 대표 취임 이후 이들이 공식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오후 2~3시쯤 친한계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제안했고 한 대표가 호응해 이뤄진 ‘즉석 모임’이었다.

갑작스러운 회동이었지만 약 3시간만에 당내 친한계 인사 22명이 모였다. 당 지도부인 장동혁·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과 서범수 사무총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을 비롯해 6선 조경태 의원과 3선 송석준 의원 등이 참석했다. 재선 김예지·김형동·박정하·배현진 의원과 초선 고동진·김건·김소희·박정훈·안상훈·우재준·유용원·정성국·주진우·최보윤·한지아 의원 등도 자리했다. 정성국 의원은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나 “(만찬에) 오고 싶어도 국정감사 일정 등으로 못 온 분들도 많다”며 “실제로는 거의 30명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만찬이 끝날 무렵 “사안의 엄중함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함께 힘을 합쳐서 잘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조경태 의원도 만찬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향후 정국에 대해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박정훈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면담 얘기도 하고 당이 앞으로 나갈 방향에 대해 서로 의견을 공유했다”고 했다. 한 대표는 만찬 후 별다른 언급 없이 자리를 떴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 면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른바 ‘김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 대통령실 참모진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잠정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세 가지 사항을 건의했다. 하지만 친한계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해 아쉽다는 입장이다.

특히 면담 직후 윤 대통령이 만찬 자리에 추경호 원내대표 등을 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한계에선 ‘당대표 푸대접’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날 회동은 한 대표를 격려하는 차원이기도 했다. 김소희 의원은 “어제 (회담) 테이블부터 이상했지 않나. 그래서 위로해 드리려고 모인 거다. 한 대표가 괜찮다고 해줬다”고 했다. 고동진 의원도 “재보선 이후 처음 모인 건데 서로 힘내고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하자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친한계는 김 여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세 번째로 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국회 재표결에서 이탈표 단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회동에서 ‘김 여사 특검법’이나 이탈표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