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특수작전부대를 시찰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하는 것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사실이 확인됐다. 1차로 특수부대 1500명이 러시아로 이동했고, 곧 추가 파병이 이뤄질 예정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파병에 앞서 지난 달 11일과 이달 2일 특수전 부대를 두 차례 참관하기도 했다.

18일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은 지난 8~13일 함경북도 청진·무수단, 함경남도 함흥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하는 1차 수송을 완료했다. 곧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다.

러시아 해군 함대가 북한 해역에 진입한 것은 1990년 이후 처음이다. 또 러시아 공군 소속 AN-124 등 대형 수송기도 블라디보스토크와 평양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지난 16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있는 한 군부대 연병장에 북한군 400여명이 모여 있다. /국정원 제공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북한군 쿠르스크 전장 투입 예상… 우크라군 점령 중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극동 지역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바로프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의 지역에 나눠져 있다. 이들은 현재 러시아 군부대에서 주둔 중이다. 국정원은 북한군은 적응 훈련을 마치는 대로 전선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았다. 이들은 러시아연방 내 사하공화국·부랴트공화국 주민들로 위조한 신분증도 발급받았다. 시베리아에 있는 이들 지역 주민들은 튀르키예계·몽골계 소수민족으로, 외모가 북한 사람들과 비슷하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다는 사실을 숨기려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러시아 군 관계자가지난 7일 쿠르스크 지역에서 폭발물 처리 작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타스 연합통신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다음 달 우크라이나에 가까운 러시아 본토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장은 17일(현지 시간) 미국 군사매체 더워존(TWZ)에 “그들은 11월1일에 준비될 것”이라며 선발대 2600명이 내달 쿠르스크로 갈 것이라고 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북한군 보병 1만1000명이 훈련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로서는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며 나머지 병력이 어디에 투입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쿠르스크는 러시아 남서쪽에 있는 지역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6일 쿠르스크에 진입해 일부 영토를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북한군이 러시아를 위해 싸우러 온다면 우크라이나 영토가 아니라 ‘확실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가 그들의 전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4일 수미 지역을 방문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국경을 넘어 공세를 벌이는 군인들을 만났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 AFP 연합뉴스

◇北 포탄 800여만발 이상 러시아 지원… 우크라 “정확도 낮고 불량 많아”

국정원은 북한이 작년 8월부터 현재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1만3000여개의 컨테이너에 실어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인명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 동안 북한과 러시아를 오간 화물선에 실린 컨테이너 규모를 감안하면 지금까지 122mm·152mm 포탄 등 총 800여만발 이상이 러시아에 지원된 것으로 판단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총국이 전장에서 수거한 북한제 무기를 확인한 결과,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무기는 122mm·152mm 포탄, 불새-4 대전차 미사일, 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RPG 대전차 로켓 등이었다. 북한제 KN-23 미사일은 수도 키이우 등 주요 도시 공격에 활용됐고, 상당수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획득한 북한제 KN-23 잔해. /국정원 제공

다만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다수의 북한제 무기는 불량률이 높고 정확도가 낮아 정밀 타격이 아닌 전선 유지 목적의 물량 공세용으로 쓰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그간 해외 언론들이 제기한 러시아와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 협력 의혹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며 “우방국과 긴밀한 정보 협력으로 러·북 군사협력을 지속해서 추적·확인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