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9일 ‘요새화 작업’을 발표한 지 6일 만이다. 북한은 지난 8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바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북한군이 무장하면서 차단됐고, 화살머리고지 일대 육로도 봉쇄되면서 남북을 오가는 모든 육로가 끊어졌다. 군 당국은 이번 폭파에 대해 ‘보여주기 쇼’라는 입장이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오전 11시 59분과 12시 1분쯤 군사분계선(MDL) 이북 경의선·동해선의 도로를 각각 폭파했다. 도로에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TNT를 넣어 터뜨렸다. 폭파 지점이 MDL로부터 북측으로 10m 정도 되는 곳이어서 파편이 남쪽으로 날아들었다. 다행히 우리 측의 피해는 없었지만, 군은 자위권 차원으로 MDL 이남 지역에 대응 사격에 나섰다. 이외에도 별도로 식별된 북한군의 위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북한이 경의선 도로를 폭파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폭파를 쇼라고 판단한다. 폭파 등 작업에 인원이 많이 투입되지 않았고, 예상보다 작은 폭파였기 떄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폭약을 넣고 흙으로 덮어 두는 것이 식별됐다”며 “(폭파는) 도로를 깨는 정도여서, 단절 조치를 기사화해 보여주려는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폭파 잔해물을 걷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폭파로 남북 간 협력의 상징이 모두 북한에 의해 사라졌다. 경의선·동해선 철로와 도로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우리 정부가 만든 도로다. 통일부에 따르면 당시 총 1억3290만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들여 건설됐다. 북한이 지난 2020년 남북공동연락소를 폭파한 데 이어 올해 철로와 육로까지 모두 차단하면서 남북 간 협력의 상징을 모두 없앤 것이다.

우리 군 폐쇄회로(CC)TV에 잡힌 동해선 도로 폭파 장면. /합동참모본부 제공

군 당국은 북한의 폭파로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어떠한 경고 없이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에서 폭파 행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우리 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 행위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MDL에서 남쪽으로 100m 이상 떨어진 지점에 K6중기관총 등으로 대응 사격에 나섰다. 폭파를 중단하라는 경고방송도 진행했다. 합참 관계자는 “폭파 등의 행위가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있고, 하지 말라는 경고성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평양 상공에 남측의 무인기가 침투했다는 주장과는 별개의 폭파라고 정의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전시에 가까운 강조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부대가 기동하는 등의 행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북한은 남한 무인기가 지난 3일과 9일, 10일 평양 상공에 침범해 대북 전단(삐라)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며, 전날 국경선 부근 8개 포병부대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 당국은 폭파 등의 조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합참 관계자는 “더이상 북한에 우리가 해준 다른 시설이 없어 가시적으로 무언가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군 폐쇄회로(CC)TV에 잡힌 동해선 도로 폭파 장면. /합동참모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