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금투세를 도입해) 증시가 우하향 한다고 확신하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에 투자하면 된다”는 말이 나왔다. 세금 도입이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취지였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한 증시 부양책과는 무관한 발언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 ‘금투소득세 시행은 어떻게?’ 토론회에서 ‘미국 증시는 상승, 국내 증시는 하락하는 상황에 금투세 시행은 수류탄을 던지는 격 아니냐’는 질문에 “주가를 움직이는 다른 변수가 없는지 봐야 한다. 미국·일본의 경제성장률에 비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 ‘인버스’를 하면 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금투세 시행팀’ 팀장을 맡아 토론을 이끌었다. 그는 “선물 등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주가가 내려가도 이득을 얻는 분들이 있다”며 “금투세는 소득이 생기는 곳에 내는 세금인데, 현재 세금 체계가 개인에게 불합리하기 때문에 이것을 합리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했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코스피 등 기초지수가 떨어질 때 오히려 ETF 가치가 올라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온라인 주식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인버스’로 줄여 부른다.
금투세를 반대하는 측은 ‘큰 손’과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 주가가 폭락할 것을 우려한다. 정부·여당 및 투자자 협회도 이런 이유로 폐지를 원한다. 시행하자는 측은 ▲여야가 이런 우려를 고려해 도입 시기를 이미 미뤘고 ▲투자소득 자료가 국세청으로 넘어가면 ‘주가조작’ 등이 어려워져 시장이 투명해지고,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김 의원도 주가 폭락 우려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인버스’ 발언이 나온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김 의원의 ‘인버스 발언’ 직후 투자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여기에는 “조선이 망할 것 같으니 매국에 투자하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 “국내 증시 망하는 쪽으로 베팅하라는 말이냐” “제1당 의원이 주식 시장을 도박장으로 만들자는 것” 등의 글이 달렸다.
◇‘투자자 표심 잡아라’ 당론 고심하는 野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매기는 세금이다. 연간 기준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투자자에게 20%(3억원 초과분은 25%) 세금을 부과한다.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를 2년 연기했다.
그간 민주당 등 야권은 금투세를 일종의 ‘부유세’로 보고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중산층 세 부담 완화’를 앞세워 보완 또는 유예를 공개 주장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1400만 투자자 표심’을 고려한 전략이다. 당내에서도 외연 확장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자체 토론회와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을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