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20일 윤석열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에 대해 “북한과의 신뢰 구축과 대화를 위해 흡수통일 의지가 없음을 거듭 표명해 온 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을 기념해 목포 호텔현대에서 열린 ‘전남평화회의’ 기조연설에서 “(현 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만을 외치며 대화를 포기하고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9·19 평양공동선언은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채택한 것이다. 한반도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제거하고 적대관계를 해소하며, 남북 교류협력 증대 및 인도적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양공동선언의 실천 방안으로서 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하던 9·19 군사합의가 현 정부에서 파기돼 한반도는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지금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신냉전구도 강화에 앞장서거나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가 과거처럼 ‘패싱’ 당하고 소외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처럼 대화를 외면하고 대결 노선만 고집하면, 언젠가 북미대화가 재개될 때 지붕만 쳐다보는 우를 범할 것”이라고 했다.
◇9·19 기념식서 나온 ‘反통일 두 국가론’
한편 전날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는 ‘두 국가론’이 거론돼 논란이 됐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념사에서 “통일 하지 말자.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자”고 말했다. 국가적 목표를 통일 자체가 아닌 ‘한반도 평화’로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학계에선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밝혔던 ‘반(反)통일 2국가 선언’과 궤를 같이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대협 출신이자 ‘조국 통일’을 정치 모토로 내세웠던 그가 돌연 ‘통일 포기’를 제안한 만큼, 북한의 입장 변화가 주된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임 전 실장은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기자”면서 “더 이상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다. 또 “객관적인 한반도의 현실에 맞게 모든 것을 재정비하자”면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했다.